개인정보 '이동권' 도입..정보주체 자기결정권 강화
2020.12.23 14:00
수정 : 2020.12.23 14:14기사원문
기관에 제공한 자신의 개인정보를 다시 받아볼 수 있는 '개인정보 이동권' 도입이 추진된다. 개인정보 이동권이 도입되면 트정 기관에 건넨 본인 데이터의 이동, 삭제, 열람할 권한이 생긴다. 현행 법령은 개인정보에 대한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을 명시해두지 않은 탓에 한 번 기관으로 넘어간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이 사라진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3일 제9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개인정보 보호법 2차 개정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비대면·온라인 전환 추세에 맞춰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경제로 이행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 비대면 온라인 추세속 개인정보 강화
먼저 '개인정보 이동권' 도입이 추진된다. 정보주체(개인)가 정보처리자(기관)에게 제공한 자신의 개인정보를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권리다. 특정 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가 원할 경우 다른 기관에 이동시켜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삭제, 열람 요구 등도 포함된다.
예컨대 특정 온라인 서비스의 보안이 취약하다고 판단될 경우 가입자는 이 회사가 보유한 자신의 정보를 다른 회사로 넘겨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권한을 확보하는 핵심 개념이다. 유럽 개인정보보호법에는 명시돼 있지만,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없는 규정이다.
예컨대 지난 6월 싸이월드가 서비스 종료를 선언함에 따라 동영상, 사진 등 많은 이용자들이 남긴 개인데이터가 파기될 상황에 처했다. 이동권이 도입되면 이용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원하는 곳으로 개인데이터를 이동시켜줘야 한다.
■ 기본권 침해시 인공지능에 핑계 못해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대응권도 도입된다. 인공지능 발전에 따라 신용등급, 인사채용 등 자동화된 의사결정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자동화된 결정으로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주체의 대응권 보장 필요성이 커졌다. 부당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인공지능의 결과라는 핑계만 대고 빠져나가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자동화된 의사결정이 법적 효과나 이에 준하는 영향을 미칠 경우, 의사결정에 대한 거부권과 설명요구권 등이 신설된다.
'분쟁조정제도'에 사실조사권도 부여된다. 현재 권리침해 시, 소송에 앞서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통해 신속 구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조사권이 없는 탓에 실질적인 조정 역할에는 한계가 있었다.
모든 개인정보처리자가 조정 신청에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하는 등 분쟁조정위에 사실조사권이 부여된다.
형벌 중심의 제재를 경제벌 중심으로 전환한다. 개인정보 침해사고는 기업의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현재 법령은 형사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게 개인에 대한 과도한 처벌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개인정보위는 앞으로 시민단체, 산업계, 학계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윤종인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개인정보 보호 분야의 기본법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고 글로벌 규제와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