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숭어 1만마리 배뒤집고 둥둥…노부부 "2년 키웠는데"

      2021.01.11 15:29   수정 : 2021.01.11 17:11기사원문
11일 전남 무안군 해제면의 한 양식장에서 한파로 인해 1만여마리의 숭어가 동사해 물 위에 떠 있다. 2020.1.11 /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11일 전남 무안군 해제면의 한 양식장에서 한파로 인해 1만여마리의 숭어가 동사, 어민이 숭어를 건져내고 있다. 2020.1.11/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무안=뉴스1) 황희규 기자 = "2년 동안 밤잠 설쳐가면서 열심히 키운 숭어인데…."

11일 전남 무안군 해제면의 한 숭어 양식장. 엿새 동안 지속된 한파로 결국 키우던 숭어 1만여 마리가 동사했다.



지난 1995년부터 이곳에서 양식장을 운영해 온 70대 노부부는 치어 7만마리와 성어 3만5000마리를 키우고 있었고, 이 가운데 1만여 마리가 계속된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죽었다.

대설특보와 함께 한파 특보가 예보되자 노부부는 동사 피해를 피하기 위해 다 키운 숭어는 내다 팔 계획을 세웠으나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계획이 무산됐다.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밀어닥친 한파로 양식장은 수온이 낮아지면서 물이 서서히 얼어갔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노부부의 속은 타들어만 갔고, 2년간 공들여 키운 숭어가 지난 8일부터 한두마리씩 물 위로 떠올랐다.

9일에는 수면은 다 얼어붙었고, 숭어떼는 하얀 배를 보인 채 얼음 속에 갇혀 물 위에 떠 있었다.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은 "열심히 키운 숭어가 하루아침에 모두 죽어버려 오장육부가 뒤집히듯 속이 타들어 간다"며 "이렇게 큰 피해를 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마음 아파할 수 없었던 어민은 어쩔 수 없이 마을의 젊은 일꾼들을 불렀다. 나이 많은 노부부 둘이서만 죽은 물고기떼를 건져 올리긴 힘이 부치기 때문이었다.

일꾼들은 뗏목 2개에 2명씩 올라타 준비한 뜰채로 얼음을 깨고 동사한 숭어떼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피해 현장을 찾은 무안군 공무원도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했다.

어민은 "여기에 2년 전 2만8000마리의 치어가 들어갔다"며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가라앉은 물고기도 꽤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까지 무안군은 성어 1만여마리(10톤)가 죽어 7500만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규모는 조사 후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안군은 동사 피해 조사를 마친 뒤 피해 복구비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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