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보려면 1억"… 아동학대의심 신고자 비용 부담 논란

      2021.01.20 17:24   수정 : 2021.01.20 21:40기사원문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학대당했다며 의심신고를 한 학부모에게 경찰이 CC(폐쇄회로)TV 열람 비용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화면에 등장하는 교사 등을 모자이크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경찰은 수사매뉴얼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들이 CCTV를 열람할 수 있는 근거로 마련된 규정이 오히려 고소인들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CCTV 열람하려면 1억 내야"

20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 기장경찰서가 기장군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아이에 대한 학대 의심신고를 접수하고 고소인인 아동 보호자에게 CCTV 열람을 위한 비용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CCTV 영상에 찍힌 다른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CCTV 열람을 원하는 측이 모자이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수사매뉴얼에 근거한 것이다.


기장경찰서 관계자는 "CCTV를 열람하고 싶다고 고소인 측에서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왔다"며 "모자이크 업체에 문의했는데 용량이 174기가나 되다 보니 업체가 1억원 정도 든다고 했고 그렇게 안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걸 어겨서 (고소인에 모자이크 처리 안 된 CCTV를 보여주고) 하기가 어렵다"며 "경찰이 원본을 확보해 아보전(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고소인인 학부모들은 CCTV 열람에 과다한 비용이 들어가는 게 부당하다고 하소연한다.

피해를 주장하는 아동 어머니 A씨는 "영상을 어디다 유포하고 명예훼손하고 할 게 아니라 보기만 할 건데 이렇게 비싼 비용을 내고 모자이크해서 보라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어린이집이 자체 모자이크한 건 아이만 빼고 전부 가려져서 상황을 알 수가 없다"고 불평했다. A씨가 요청한 CCTV는 2주 분량이다.

이 같은 상황은 경찰청이 지난 2019년 '아동학대 수사 업무 매뉴얼'을 제작해 전국 일선 경찰서에 배포한 뒤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해당 매뉴얼은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CCTV 영상 모자이크 비용을 열람을 원하는 측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비용이 지나치게 커 피해부모의 열람을 막고 있는 것이다.

영상 모자이크 비용은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한 시간 영상 당 40만~70만원까지 드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단 며칠 분 영상을 모자이크하더라도 수 천 만원을 가볍게 넘어서게 된다.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 범죄 특성상 열람을 원하는 CCTV 시간대를 특정할 수 없어 비용은 천정부지로 솟을 수밖에 없다.

■"법에 따라 열람만 할 건데…"

경찰 매뉴얼의 법해석이 과도하다는 비판에는 설득력이 있다.

어린이집 CCTV 설치는 2015년 개정된 영유아보호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은 어린이집 운영자에게 CCTV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보호자가 자녀의 안전을 확인할 목적으로 영상을 열람하고자 하면 규정에 따라 영상을 열람토록 한다.

법 어디에도 모자이크와 관련한 단서 규정은 없다. 다만 법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곤 개인정보보호법을 적용토록 해, 미연에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침해행위를 대비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개인정보보호법을 과도하게 해석해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엔 모자이크와 관련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음에도 일선 경찰서에 내려 보낸 매뉴얼에선 관련자들을 모자이크하고 그 비용을 열람을 원하는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위 사례와 같이 열람권이 있는 보호자들조차 영상을 열람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고소인을 대리하는 임지훈 변호사(법무법인 이현)는 "(1억이 넘는) 비용을 낼 수 없어서 원본이 아닌 어린이집에서 자체 모자이크한 영상만 봤는데, 아이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모자이크해서 옆에 사람이 있구나 하는 형체만 보이지 전후과정이나 행동을 전혀 식별할 수 없었다"며 "교사나 다른 아이들 개인정보도 있겠지만 열람만 하겠다는 건데 너무 과한 비용을 내도록 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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