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차린 아보전...학대의심 피해 아동 면담도 안 해
2021.01.28 13:57
수정 : 2021.01.28 18:02기사원문
경찰은 아보전 조사 결과 등을 참고해 아동학대가 없었다고 결론내리고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아이 면담 않고도 "말 못해 진술 어려워"
28일 아동권리보장원이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성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동부아보전이 아동학대 의심사건 신고 접수 이후 부적절한 조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 21일 사건이 신고돼 수사에 나선 경찰은 아동학대 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피해자와 학대행위 의심자에 대한 신고접수를 아보전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아보전 관계자 A씨와 B씨가 아동의 집에 방문해 조사했다.
문제는 이들이 가정에 방문해 피해사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이와 면담을 갖지 않고 부모가 작성해둔 문서만 갖고 돌아갔다는 점이다. 매뉴얼 상 피해사실을 조사할 경우 피해아동과 보호자 모두를 가능한 방법으로 조사하게 돼 있음에도 시도조차 않은 것이다.
신고자인 어머니 C씨는 “아이상태를 확인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막상 와서는 아이하고 전혀 얘기를 안해 '얘기를 해야 하지 않냐'고 물어봤다”며 “‘어머님하고 한 걸로 충분하다’고 했는데, 나중에 서류를 보니 아이가 말을 못해 진술이 어렵다고 돼 있더라”고 말했다.
당시 아보전 보고내용과 수사기관에 제출된 개요서 등에는 ‘피해아동의 경우 ‘이거’ ‘저거’ 두 음절 이상 말을 하지 못해 진술의 어려움이 있음’이라고 표기돼 면담에도 아동이 피해사실을 증언하지 못한 것처럼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C씨는 “아이가 어리긴 해도 어린이집이랑 선생님이 싫은지 좋은지, 괴롭히는지 아닌지 이런 거를 간단히 물어보면 충분히 답했었다”며 “현장조사에서 그런 부분을 물어볼 수 있는 거고, 자기가 안 물어봤으면 경찰에도 그렇게 서류를 써냈어야지 왜 이런 식으로 적어놓은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CCTV 열람 못해, 아보전도 못믿어 '난감'
당시 A씨 등이 작성한 서류엔 피해아동의 어린이집 재원기간도 1년가량 누락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동부아보전은 작성된 서류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으나 경찰수사결과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보전 관계자는 “A씨는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간 상태라 확인이 어렵고, 함께 출동한 직원은 시간이 흘러 기억을 못하고 있다”며 “현장조사를 하는 게 자칫 아이 진술오염으로 이어질까봐 어려웠다는 말이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이 ‘어린이집 CCTV 영상 제공을 할 수 없고 원본을 보려면 모자이크 비용을 보려는 쪽이 부담해야 한다’고 안내해 가뜩이나 고소인이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초기 조사를 맡은 아보전이 역할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산동부아보전은 최근 아동권리보장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학대행위의심자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 적는 수준으로 사안을 설명하고 아동학대 혐의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해당 문건에서도 피해의심아동이 말을 하지 못해 진술에 어려움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지역 아보전 한 관계자는 “피해아동을 면담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나이가 어리고 진술오염이 우려돼 면담을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적어놨어야지 면담도 안 하고 ‘이거저거밖에 못해서 진술하지 못했다’고 적으면 마치 면담은 시도했는데 진술이 불가능했다고 오해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해당 사건은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상태다. 피해자와 학대의심자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경찰에 제출하며, 경찰 수사내용을 실시간 모니터링해야 할 아보전이 초동 조사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