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운영할테니 권리금 못준다는 건물주.."상가주인, 권리금 회수 가능"
2021.01.30 12:36
수정 : 2021.01.30 12:36기사원문
"권리금을 내고 상가에 들어올 사람을 건물주에게 데리고 갔습니다. 건물주는 자신이 상가를 직접 운영할 계획이라며 계약서 작성을 거절하더군요. 때문에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사람을 구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상가주인을 건물주에게 소개하지 못했는데 권리금을 못 받고 그냥 나가야 하나요?"
30일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권리금을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계약기간 만료 전에 임차인(상가주인)은 임대인(건물주)에게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주선해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새로운 임차인을 주선하지 못한 이유가 임대인 때문이라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는, 건물주는 상가주인이 권리금을 받으려 할 때 이를 방해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상가주인은 계약만료 6개월 전부터 만료일까지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새로운 상가주인을 찾아 건물주에게 소개해야 한다. 만약 새로운 상가주인을 찾지 못하면 건물주의 손해배상책임도 없다.
일부 건물주들이 이를 악용해 자신이 건물을 사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새로운 상가주인과 계약을 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가계주인은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사람을 찾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문제는 상가주인이 건물주를 상대로 권리금소송을 제기할 때 발생한다. 권리금 소송이란 건물주의 방해 때문에 권리금을 보호받지 못한 상가주인이 건물주를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말한다. 대다수 건물주는 권리금소송에서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새로운 상가주인을 소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건물주 자신이 건물을 사용하기 위해 계약을 거절한다는 의사표현을 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건물주 때문에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사람을 소개하지 못한 것이므로 건물주가 권리금을 물어줘야 한다.
실제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사람을 소개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가 권리금을 물어준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8다284226). 상가주인 A씨는 임대차기간 만료 전에 건물주 B씨에게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사람을 소개하며 임대차계약 체결을 요청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상가를 직접 사용할 계획이라며 계약을 거절했다. A씨는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사람을 찾는 일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상가주인 A씨는 B씨를 상대로 권리금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B씨는 새로운 상가주인을 자신에게 소개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이에 대법원은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하였다면 이러한 경우에까지 임차인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를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엄 변호사는 "법률의 취지에 비추어 상황이 해석돼야 한다"며 "이 판례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도 법률취지에 비춰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가임대차보호법 10조의 4가 규정하는 임대인의 권리금회수 방해 행위는 4가지"라며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수수하는 행위,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차계약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를 하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임대인에게 권리금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