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CCTV 찬성 달랑 1... "밖에 달자" 의견 좁혀 [김기자의 토요일]

      2021.03.06 11:16   수정 : 2021.03.06 11: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민 90% 동의에도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이 국회서 통과되지 못한 정황이 확인됐다. 법안을 논의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소속 위원 대다수가 수술실CCTV 의무화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상당수 의원이 수술실 바깥에만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고, 마치 이것이 수술실CCTV 입법 요구에 부응하는 것처럼 발언했다.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는 11명 의원 중 단 한 명뿐이었다.

수차례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뜨거운 여론에도 관련법이 국회 첫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확인된 것이다.



■10vs1? 국회 논의서 수술실CCTV 찬성 1명뿐
7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해 분석한 21대 국회 제384회(임시회) 2월 18일 회의록에 따르면 보건복지위 소위 논의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 위원이 수술실CCTV 법안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위원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 명 뿐으로, 여당 의원 4명과 국민의힘 의원 2명, 국민의당 의원 1명, 무소속 의원 1명은 수술실 바깥에 CCTV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더민주 1명과 국민의힘 의원 1명은 아무 의견도 내지 않았다.

수술실 외부에 CCTV를 다는 것을 찬성처럼 이야기한 위원은 총 8명이다. 김성주, 남인순, 서영석, 신현영(이상 더불어민주당), 강기윤, 김미애(이상 국민의힘), 전봉민(무소속), 최연숙(국민의당) 의원이다.

이들은 수술실 바깥에 CCTV를 설치하고 수술실 안에는 각 병원이 알아서 자율설치하는 것으로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며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수술실 외부에 CCTV를 달고 내부는 자율설치하자는 안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의 절충안이라며 내놓은 것이다. 김남국,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에 의료계가 적극 반대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첫 공식입장으로 주목받았다.

보건복지부 대표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강도태 차관은 “법안 취지에 저희도 공감하고 최대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해야 된다 그런 입장”이라면서도 “한꺼번에 의무화했을 때 부작용이나 갈등이 있고 대상자가 워낙 많다”며 절충안을 내놓은 취지를 설명했다.

속출하는 의료인의 환자 대상 범죄와 의료사고 속에서도 상황을 방치해온 보건복지부로 인해 현재 일선 의료기관 수술실에 달려있는 수술실CCTV는 법적 근거조차 없는 형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수술실CCTV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해 빈축을 샀고 그제야 부랴부랴 조사에 착수해 전국 병원 수술실 중 14%, 수술실 입구엔 60%가 달려 있다는 통계를 작성한 상태다.

그마저도 촬영한 영상을 관리하고 제공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의료사고를 겪은 환자 유족 등이 열람요구를 해도 병원이 응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에선 CCTV가 있음에도 “영상을 찍지 않았다” “자료가 삭제됐다”는 등의 핑계까지 대는 사례가 이어진다.

이 같은 상황을 불러온 보건복지부의 수술실 밖 CCTV 설치 의무화 안에 위원들은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발적 설치, 출입구만 의무화'에 다수 동의
의사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신현영 의원은 가장 먼저 보건복지부 안에 동의의사를 표했다. 신 의원은 “수술실 입구에 의무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 저도 동의를 한다”며 “공공병원에서 비인기과인 필수 외과 영역에서 (수술실CCTV를) 의무로 하면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더 활성화하고 질을 향상해야 되는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이것이 의료인들을 더 가지 않도록 하는 위축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남인순 의원 역시 정부안에 동의했다. 남 의원은 “이미 사실은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한 경우도 벌써 60%가 넘고 내부에 설치한 경우도 14% 정도가 있고 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병원이 꽤 있다”며 “정부가 제시한 투트랙으로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봉민 무소속 의원 역시 “자율로 하는 게 저도 타당하다고 본다”며 “법으로 하는 것보다는 복지부에서 실제적으로 CCTV가 출입구에 지금 60%가 설치돼 있고 이런 부분에 좀 지원을 해 줘서 좀 더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찾아가는 게 (맞다)”고 의견을 더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의견을 함께 했다. 김 의원은 “원래는 수술실 내부 설치를 요구하는 법안이었는데 대부분 위원님들 생각은 수술실 내부는 자율로 가자는 것에 공감하시는 것 같다”며 “입구 설치는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발언했다.


■"상급의료기관은 의무화하자" 유일 의견
환자보호 3법 중 의사면허 규제 강화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한 강병원 의원만이 수술실 내부 CCTV 의무화에 부분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내놨다. ‘병원 자율에 맡기되 공공의료기관 정도는 추진하는 걸 검토해보자’는 다수 의원과 달리 강 의원은 “책임 있게 의료를 하고 더 많은 국민들의 중요한 필수의료들을 담당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정도를 먼저 실시하는 것이 의미 있는 족적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며 “42개 상급종합병원에게는 그 정도의 국민들을 위한 의무를 다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이렇게 한번 제안을 드린다”고 발언했다.

미용수술 등이 이뤄지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물론 병원급 다수 민간 의료기관 등에 CCTV설치 의무를 모두 면제하자는 의견이지만 11명 의원 가운데선 유일하게 민간 병원에 수술실CCTV 법제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수술실 내부 CCTV 설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자율로 하는 걸 뭐하러 법에 하느냐(는 의견이 있는 걸로 안다)”면서도 “자율로 하게 되면 어떤 효과가 있느냐면, 어떤 병원이 ‘우리는 수술실에 환자나 또 보호자가 동의하고 의사가 동의해서 이 부분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한다면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그 병원을 선호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입구에 의무적으로 하는 것은 대충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며 “3차 병원에만 하자 이런 것보다는 국공립병원하고 그다음에 공공의료기관 정도는 의무화해서 실질적으로 자율성을 촉진할 수 있도록 그렇게 법제화하는 게 타당하지 않나”하고 의견을 내놨다. 민간에 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국공립 중심 자율설치에 동의를 표한 것이다.

간호사 출신인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도 수술실 밖 CCTV 설치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아예 발언하지 않거나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국회 독려하는 이재명 지사, '의무화 없인 안 돼'
종합하면 총 11명 소위 위원 가운데 민간 의료기관에 일부나마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위원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1명뿐이다. 그마저도 42개 상급 의료기관에만 강제하자는 의견으로, 전체 의료기관에 의무를 부여하자는 안규백 의원 안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술실 내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김남국 의원 안으로부터 후퇴한 것이다.

남은 10명 위원 중 8명은 수술실 입구에 CCTV를 달자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수술실 입구 CCTV가 국민이 요구하는 수술실CCTV가 아니란 점에서 이를 수술실CCTV 법안의 절충안처럼 처리하려는 것에 ‘국민 의견 왜곡’이란 비판이 가해질 여지가 충분하다.

법안 통과가 좌절된 뒤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이나금씨(의료범죄 척결 시민단체 닥터벤데타 소속)는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수술실 안에 달아야 환자와 정직한 의사들을 보호할 수 있다”며 “문 밖에 CCTV를 달자는 건 국민 의견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수술실 밖에만 CCTV를 의무화하고 내부엔 자율설치를 하자는 다수 의원의 안은 현실성이 적다는 평가다. 도지사 취임 후 수술실CCTV 확대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온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관련 사업 추진 이후 자율설치의 한계를 명확히 느끼고 입법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경기도 지원을 받아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민간병원 중 한 곳이 의사들의 반대로 200여건의 수술에도 단 한 건의 수술도 녹화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수술실CCTV 설치 및 운영 법제화 법안 통과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본지 2월 27일. ‘[단독] 이재명표 수술실CCTV, 어렵게 달았는데 촬영은 '0'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이 지사는 지난달 국회에서 수술실 내 CCTV 설치안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본지 보도 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자 모든 권력의 원천”이라며 “대의 왜곡은 배임행위”라고 질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김성주 의원이 “일부 야당의 반대가 있지만 여러 논의를 통해 이견을 좁혀가는 중”이라며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고 발언했지만 실상 여당 의원들조차 수술실 입구에 CCTV를 달자는 의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은 역시 통과되지 못한 행정처분 의료인 이력공개 법안과 함께 3월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환자보호 3법 중 유일하게 소위 문턱을 넘은 의료인 면허규제 강화 법안 역시 법사위 논의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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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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