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 여행 회복세에도 심각한 부채로 이륙 어려워
2021.03.21 06:59
수정 : 2021.03.21 06:59기사원문
전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순 부채가 3000억달러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확대로 항공여객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심각한 부채 부담으로 인해 항공사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이륙하려면 적어도 수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이하 현지시간) 올 여름 휴가철 항공수요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이제 시장 관심은 이들 항공사들이 항공사상 최대 위기 기간 쌓은 막대한 부채를 뚫고 언제, 어떻게 정상궤도로 복귀할 수 있을지에 쏠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저가항공사 이지제트 최고경영자(CEO) 요한 룬트그렌은 FT에 "유동성은 지금도, 또 예전에도 우리가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는 것을 담보하는데 늘 크게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주주들, 채권시장, 정부의 도움을 받아 팬데믹에 따른 항공여객 실종 위기를 일단 헤쳐나오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팩트세트가 공개한 전세계 50대 항공사들의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항공사들의 유동성은 높아졌지만 동시에 부채 규모는 더 큰 폭으로 확대됐다.
유동성은 지금 당장은 좋다. 올해초 900억달러 수준이던 현금·단기투자금 규모가 지금은 1400억달러로 늘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의 순부채는 같은 기간 600억달러에서 3200억달러로 폭증했다.
유나이티드·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 항공 등 미 4대 항공사들이 부채 확대를 주도해 정부 지원금 600억달러 이상을 끌어들였다.
유럽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에어프랑스-KLM, 루프트한자 등 국적기 항공사들이 정부로부터 수십억 유로를 조달했다.
영국 브리티시항공 모기업인 IAG는 주주들로부터 27억5000만유로를 조달했고, 영국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은행 대출 20억파운드를 확보했으며 지난주 채권시장에 12억유로 회사채도 발행했다. 다 빚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선임 부사장 조너선 루트는 항공사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전에 비해 이번에는 재무상태가 훨씬 더 좋은 상태에서 팬데믹을 맞아 자금 조달이 쉬웠다고 말했다.
루트는 항공사들이 자금조달이 필요해지자 곧바로 조달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시장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지난해 채권시장에서 426억달러를 조달했다. 대부분 각 항공사별로 사상최대 자금조달이었다.
이달 들어서도 아메리칸항공이 100억달러 회사채 발행에 성공해 업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항공사들이 대규모 자금조달을 통해 급한 불을 일단 끄기는 했지만 돈을 갚을 길은 막막하다.
올해 주요국들이 백신 접종 확대로 항공여객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흑자 전환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항공사들 모임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전세계 항공사들이 현금 950억달러를 투입해 적자 경영을 하고, 연말께 현금 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지만 이같은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라이언 피어스 IAT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생존을 위해서는 현금이 필수적이고, 앞으로 항공사들이 더 많은 현금을 필요로 할 것"이라면서 "대부분은 부채 형태가 될 것"이라고 부채 부담 급증을 경고했다.
수익성이 높은 미 대형 항공사들의 사정은 조금 나을 수 있겠지만 항공사들이 내년 항공여객 본격 회복기 속에서도 심각한 부채부담으로 인해 허덕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항공사들이 부채 부담을 털어버리고 본격적으로 이륙하려면 수년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