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환자 걷게 만든 로봇…디지털 헬스케어의 길 보여줬다
2021.03.22 18:00
수정 : 2021.03.22 18:00기사원문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 '키메스(KIMES) 2021'는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다양한 웨어러블 의료기기들로 가득차 눈길을 사로 잡았다. 기자가 찾은 행사 마지막날인 21일에도 차세대 의료 기기들을 보기위한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8일부터 4일간 국내외 1200여개사가 참여한 키메스에선 첨단의료기기 등 3만여점이 소개됐다.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대세
키메스 전시관 내부는 부스별로 늘어선 각양각색의 의료기기들로 마치 거대한 부품공장 같았다. 행사에서 기술의 방향성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디지털 헬스케어'였다. 의료기기에도 디지털 전환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재활 분야에선 로봇기술이 두드러졌다. 병원 내 전자의무기록(EMR)을 클라우드와 앱과 연동하는 온라인 전환 트렌드도 뚜렷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음압설비 기술과 개인 건강 관심이 높아지면서 근골격계 신체 검진 의료기기가 주목받았다.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한 하지마비환자 보행 재활을 돕는 로봇 '엔젤레그'는 앱으로 재활기능을 컨트롤했다. 이 업체의 정성훈 부대표는 "편측마비 환자를 위해 로봇이 신체의 반쪽만 지지하는 세계 유일 기술을 갖고 있다"며 "장애인 선수가 로봇 옷을 입고 순위를 가리는 국제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올해 1위와 3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에이치로보틱스는 원격재활 로봇 리블레스를 전시했다. 리블레스에 팔을 넣고 앱으로 재활 기능을 조절하면서 움직였다. 앱 조절에 따라 아령을 드는 것 같이 근육에 무게가 전해졌다. 이마리나 시니어 매니저는 "리블레스는 재활기기와 앱을 통해 원격 재활을 지원한다. 코로나19 감염위험이 높고 병원과 환자 간 거리가 먼 미국에서 가정 내 재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MR 업체들은 병원이 더 편하게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선보였다. EMR 업체 유비케어 부스 맨 앞에는 스타트업 똑닥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키오스크을 터치해 병원 예약부터 결재 처방전 인쇄까지 가능했다. 고승윤 똑닥 이사는 "키오스크가 병원 서비스 일부를 자동화해 간호사가 환자를 케어하는 일에 집중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비트컴퓨터는 병원별로 다른 EMR 소프트웨어를 표준화하고 데이터를 클라우드 저장하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송인옥 실장은 "병원 접수부터 처방까지 환자의 모든 데이터는 EMR에서 이뤄진다. 지난 2017년 2, 3차병원 EMR 클라우드를 시작한 뒤 지난해 1차 병원용도 내놨다"며 "병원이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자체 서버를 구축할 필요 없어 비용이 줄고 데이터 관리도 쉽다"고 말했다.
■감염막는 음압기술 고도화 가속도
코로나19로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음압기술도 관심을 모았다. 메디코넷은 코로나19 응급환자용 음압챔버를 개발했다. 챔버에 손을 넣는 구멍이 있어 직접 접촉을 막고 산소치료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게 특징이다. 클린 기술을 보유한 신성이앤지와 카이스트가 공동개발한 이동·확장형 음압병동 MCM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기존 이동식 음압병동이 단순한 텐트식인데 반해 MCM은 용도와 목적에 맞게 레고처럼 조립이 가능한 모듈식으로 고도화된 기술력을 선보였다.
코로나19로 개인 건강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근골격계 검진 의료기기들도 무대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엑스바디 근골격 부정렬 검사기 엑스바디9100를 체험해봤다. 카메라가 자동으로 동작을 분석해 관절값을 찾아냈다. 목이 왼쪽으로 기울고 골반이 틀어진 부분이 수치와 함께 화면에 나타났다. 평소 목이 자주 뭉쳤는데 신체의 불균형에서 원인을 찾아냈다.
체성분분석기 업체 인바디는 신제품 인바디970을 선보였다.
허마리 팀장은 "인바디는 해외매출이 80%를 차지하는 만큼 비만 서양인 체형을 고려해 제품을 설계했다"며 "코로나19로 소비자 건강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인바디를 운동시설뿐 아니라 병원에서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신제품에서는 세포 건강 지표인 전식 위상각도 측정 기술을 추가하는 등 기술력도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