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제트 원리 밝혀낼 편광 영상 최초 공개
2021.03.24 23:00
수정 : 2021.03.24 22:59기사원문
2019년 최초로 블랙홀의 실제 모습을 공개한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 공동연구진은 24일 블랙홀 편광 사진을 공개했다.
NASA의 앤드루 샤엘 연구원은 이날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 편광은 블랙홀 제트가 최소 5000광년까지 어떻게 분출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편광 관측은 물질이 블랙홀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유입량을 확인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연구진은 이번 편광 관측으로 M87 블랙홀의 가장자리 빛이 강하게 자기화 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블랙홀 주변에 예상보다 훨씬 강한 자기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자기장 구조를 통해 블랙홀 바로 바깥에서 물질의 유입과 방출이 일어나는 영역을 최초로 확인할 수 있었다.
EHT 이론연구그룹 연구책임자인 미국 콜로라도 볼더 대학교 제이슨 덱스터 교수는 "이번 관측은 블랙홀의 가장자리에 있는 자기장이 뜨거운 가스를 밀어내고 중력이 끌어당기지 않도록 도와줄 만큼 충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즉 M87 블랙홀 주변의 뜨거운 가스 일부는 강력한 자기장으로 블랙홀의 강한 중력을 이기면서 밖으로 밀려 제트 형태로 멀리 날아가고, 나머지는 자기장에 끌려 사건의 지평선으로 나선운동하며 빨려 들어간다.
덱스터 교수는 또 "이 영상을 통해 M87 블랙홀 주변부의 강력한 자기장이 어떻게 초거대질량 블랙홀과 제트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HT 연구진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65개 기관 300명 이상의 연구자들로 구성돼 있다. 연구진은 M87 은하의 중심부를 관찰하기 위해 전세계 8 개의 망원경을 연결해 가상의 지구 크기만한 망원경인 EHT를 만들었다. EHT로 얻은 해상도는 달 표면의 신용카드 길이를 측정할 수 있을 정도다.
연구진은 M87 중심부의 블랙홀 이미지를 최초로 공개 후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분석한 결과, 블랙홀 주변의 빛이 상당 부분이 편광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블랙홀은 주변에서 물질을 끌어들이는 한편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한다. 블랙홀로 유입된 물질의 일부는 방출되고 일부는 블랙홀 안으로 빨려들어간다고 알려져 있다.
블랙홀 중력에 포획되기 직전에 빠져 나가는 물질은 에너지를 양쪽 방향으로 강력하게 뿜어내는 제트의 형태로 우주로 멀리 날아간다. 이번 관측 전까지 천문학자들은 블랙홀 제트가 일어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가설모델에 의존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블랙홀 제트가 태양계만한 중앙영역에서 은하보다 크게 뿜어져 나오는 원인을 알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번 블랙홀 편광 영상을 이용해 처음으로 물질들이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뿜어져 나오는 현상이 일어나는 블랙홀 근처의 외부 영역을 조사했다.
EHT 한국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천문연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우리는 EHT 연구의 일환으로 천문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활용해 M87 블랙홀 주변의 강착원반과 제트 등의 추가 관측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연구팀은 천문연구원이 일부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 하와이 소재 제임스클라크맥스웰 망원경(JCMT)과 칠레의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간섭계(ALMA)로 M87 블랙홀 편광 관측 영상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 24일자에 두 편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