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를 닮으려는 바이든... 현실은 많이 달라
2021.04.05 13:51
수정 : 2021.04.05 13:51기사원문
지난주 2조2500억달러(약 2540조원)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같은 민주당 소속이었던 과거의 대통령들을 자신의 본보기로 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을 비롯한 미 언론들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부양책을 과거의 대통령들과 비교하는 분석들을 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역사 전문가들과 백악관 고문들과 각각 별도로 가진 간담회에서 프랭클린 D 루스벨트(FDR)와 린든 존슨 전 대통령들의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대통령 권한을 이용해 기회 창출과 장벽 제거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황과 2차 세계대전 기간에 대통령직을 수행한 루스벨트를 본받는다는 것을 지난해 대선 유세때 자주 언급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후 백악관 집무실에 루스벨트 초상화를 걸었다.
바이든의 부양책은 도로와 다리 등 인프라 투자를 포함해 새로운 건설 사업과 생활 수준 개선을 추구하는 점에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경제 재건 사업인 ‘뉴딜’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1조9000억달러 코로나 부양책에 지난주 발표한 인프라 투자 계획, 여기에 앞으로 추가로 복지와 보건 예산까지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큰 정부'를 추구하는 바이든이지만 처한 현실은 과거와는 차이가 크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이 루스벨트가 재임 당시 직면했던 대공황과는 달라 코로나19 팬데믹이 미국 금융체계를 무너뜨렸거나 경제 비관적 주의 확산 같은 것은 없는 대신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회복을 낙관하고 있다.
공화당은 부양책 규모들이 너무 크고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때 내린 법인세를 달리 올리는 것 같은 증세에 반발하면서 거센 저항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경제고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케빈 해셋은 코로나 백신 확대로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가정할때 현재와 앞으로 있을 재정 지출은 미국의 부채를 두배로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뉴딜' 정책을 실시한 루스벨트 대통령이 아니라 돈키호테"라고 비판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원내대표도 현 미국 정부를 “대담한 좌익 행정부”라며 “나는 미국인들이 국가를 좌편향으로 가도록 권한을 준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매코널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은 “미국의 뼈대를 재건하는 것이 아니다”며 도로나 다리, 공항 등 인프라가 아닌 전기차에 더 많이 지출하려고 있다고 비판했다.
루스벨트와 존슨이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장악하던 의회로 힘을 얻었던 것과 달리 현재는 민주와 공화당이 크게 양극화 돼있고 양당이 50석씩 갖고 있는 상원 표결에서 동률을 이룰 경우 통과되기 위해서는 상윈의장인 부통령의 캐스팅보트까지 필요하다.
주말동안 백악관은 인프라 투자 계획 홍보에 열을 올렸다.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신규 고용을 비롯한 3월 미국 경제 지표들이 좋게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부양책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의 “미국 일자리 계획”의 총지휘자로 알려진 디스는 미국 일자리가 1년전에 비해 840만개가 적은 등 아직도 실직자가 많다며 인프라 투자를 통한 장기적인 고용 확대와 196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루스벨트가 당시 거의 빈사 상태였던 미국 경제를 살려야 했지만 바이든의 최대 과제는 떨어지고 있는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중국의 경쟁에 대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루스벨트가 2차세계대전의 위기와 당시 상황으로 인해 미국 경제 구조를 개혁해야 했지만 바이든은 의도적으로 고치려는 것이 차이라는게 이들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