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金보다 낫다"… 은행·보험·연기금까지 투자 가세

      2021.04.12 17:55   수정 : 2021.04.12 17:55기사원문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을 비롯, 보험사, 대형 연기금들이 속속 가상자산 투자에 가세하고 있다.

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가치가 높아지면서 금융회사 고객들이 가상자산 투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데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현금성 자산이나 채권 등 포트폴리오에 한계를 느낀 연기금·보험 등 기관투자자들까지 속속 비트코인 투자 대열에 합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美 전통은행들, 속속 가상자산 합류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조1000억달러(약 3500조원)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는 미국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이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이 은행은 최근 스타트업 퓨어디지털과 협력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스테이트스트리트가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에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BNY멜론이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미국내 가장 오래된 전통 은행 2곳이 모두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선언한 셈이다.

이에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 상반기 중 고액 개인자산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투자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골드만삭스 글로벌디지털자산부의 메이 리치 총괄은 "골드만삭스는 가상자산에 대한 직접 투자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상품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중 비트코인 펀드 운용을 시작한다. 역시 고액자산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3가지 펀드를 내놓기로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놓고 시장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이미 지난 1월부터 비트코인 선물상품 투자를 시작해 615만달러(약 7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선물계약 37건을 통해 36만458달러(약 4억원)의 수익을 달성했다. 블랙록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2월 "비트코인에 대한 분명한 수요가 있다"며 "비트코인의 수요는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비트코인 투자열풍의 최대 요인을 코로나19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을 꼽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국내총생산(GDP)의 9.1% 수준에 달하는 1조9000억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연기금·보험·국부펀드도 가세 가능

대형 연기금들도 속속 가상자산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3억5000만달러(약 4000억원) 규모로 뉴질랜드펀드가 운용하는 퇴직연금기금 키위세이버는 자산의 5%를 비트코인에 할당했다. 키위세이버는 비트코인 시세가 1만달러(약 1100만원) 선이던 지난해 10월 비트코인을 매수, 투자 시작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6배에 달하는 수익을 달성했다.

뉴질랜드펀드의 제임스 그리거(James Grigor)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비트코인이 금과 유사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연기금과 보험사에게 매력적인 자산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각국 국부펀드들도 비트코인 투자 대열에 가세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자산이 1조달러(약 1100조원)가 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 노르웨이정부 연기금(Government Pension Fund of Norway)은 비트코인에 대거 투자한 미국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비트코인에 간접투자했다. 3060억달러(약 350조원)를 운용하는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도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금융권도 가상자산 시장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고 있다.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으로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합법적인 근거가 확보되면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은 블록체인 업계와 손잡고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등의 서비스 채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가상자산 투자가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고액 자산가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회사들도 가상자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곧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본격 경쟁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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