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상대 패륜범죄, 6일에 한 번…자식에게 매년 60여명 죽는다
2021.04.19 15:33
수정 : 2021.04.19 15: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5년 전 자신에게 흉기를 휘두른 아들을 선처해달라며 호소했던 아버지가 결국 아들에 의해 살해됐다. 아들 A씨는 정신질환으로 여러 차례 입원과 통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질환을 앓던 A씨는 '아버지가 국가기관의 사주를 받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자신을 감시했다'며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도주했다.
부모를 때리거나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는 존속살해 범죄가 연평균 60여건에 달하고 있다.
존속살해는 반인륜적 범죄로 꼽힌다. 이에 일반 살인 범죄 보다 가중된 형을 선고하는 가중처벌 조항을 두고 있지만 전체 살인 범죄 중 존속살해가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 전체 살인사건 중 존속살해 비율↑
19일 대검찰청이 발표한 범죄통계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발생한 존속살해 사건은 매년 평균 60건에 달했다. 자녀가 부모를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거나 때려 숨지게 하는 사건이 6일에 한 번꼴로 발생한 셈이다.
연도별로는 지난 2014년 60건, 2015년 55건, 2016년 55건, 2017년 48건, 2018년 71건, 2019년 66건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 2018년 발생한 일반 살인사건 대비 존속살해의 비중은 8.4%로, 종전 5%대를 유지하던 비중을 넘어섰다. 이후 2019년 존속살해 비율은 7.7%로 소폭 떨어졌지만, 발생 건수는 평균치를 웃돌았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3년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 가중처벌토록 한 형법 제 250조 제 2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존속살해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지속돼 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3년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형법 제 250조 제 2항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제기된 위헌소원에 7대 2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존속살해에 관한 국내외 연구를 살펴보면 존속살해는 가해자의 '정신이상'과 연관성이 높다.
한국법과학회지에 게재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녀살해 분석' 논문에 따르면 존속살해의 주요 범행 동기중 '정신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은 34.1%다. 이 밖에 가정불화(49.34%), 경제문제(15.22%)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들 연구진의 선행 연구에서도 존속살해 집단에서 정신분열증 병력이 있는 경우가 일반 살해 집단보다 약 40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존속살해의 경우 살해 동기가 정신질환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가정 폭력과 경제적인 문제가 두번째 원인을 차지한다"며 "자녀에 대한 가정 폭력과 폭언이 성인이 된 이후 존속살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 범죄로 이어지기 전 근본적 원인 살펴야
존속살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선 존속살해로 이어지는 범행동기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존속살해로 발전하기 전 가정폭력을 대하는 사회의 인식 전환과 범법정신질환자를 위한 효율적인 치료 사법 시스템 마련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존속살해 범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당 기간 동안 부모의 가학적인 행위 등이 누적된 사례도 있다"며 "정상적인 양육이 이뤄지지 않고 불안과 갈등이 한 공간에서 이어진 상태에서 촉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서양보다 우리나라의 존속살해 비율이 높은 이유로 일정 나이가 되면 독립하는 서양권과 달리 성인이 돼서도 경제적 지원 등을 받는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며 "올바른 양육 태도에 대한 정보제공과 인식전환, 정신적 불안을 치료하고 해소할 수 있는 창구 마련 등이 선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