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선 '관음충' 논문, 뼈대부터 틀렸다 [김기자의 토요일]
2021.04.24 09:16
수정 : 2021.04.24 13:30기사원문
윤 교수가 해당 논문에서 인용한 곤충 관련 논문은 심지어 곤충군집체의 발생과정에 대한 것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수차례에 걸친 본지의 학술적 결함 지적에도 윤 교수는 ‘폄하’란 입장을 고수하는 상태다.
이번 기사는 ‘관음충의 발생학: 한국남성성의 불완전변태과정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이 제목과 달리 ‘발생학’과 ‘신물질주의’에 비추어 부적합하며, ‘불완전변태과정’과의 비교 역시 부당하다는 내용을 논증하는 목적으로 쓰였다.
'관음충의 발생학'인데 발생학을 모른다
24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 발간된 '철학연구' 127집에 실린 윤지선 세종대 교수의 논문 ‘관음충의 발생학’에 기존에 언급되지 않은 치명점 허점들이 추가로 발견됐다.
윤 교수는 ‘관음충의 발생학’ 도입부에서 브라이언 굿윈을 인용해 논의에 돌입한다.
“남아라는 매끄럽고 유연한 미분화 상태의 존재가 어떻게 점진적으로 ‘곤충의 신체의 절편들과 같은’, 폭압적 한국남성성의 ‘주기적 패턴’ 양식이 각인되고 각화된 존재로 진화, 분화되고 있는지를 곤충군집체 은유모델을 통해 탐구하고자 하는 것”(논문, 261~262p)
윤 교수는 각주에서 해당 내용이 굿윈의 연구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해당 내용이 실린 논문과 학술지는 각주와 참고문헌 모두에 누락돼 있다. 이에 본지가 이 문제를 지적하자 윤 교수는 굿윈이 1990년 발표한 ‘The Evolution of Generic Forms’ 내용 중 일부를 다른 학자의 논문에서 재인용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황당한 건 굿윈의 연구는 곤충군집체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생물학 권위자이기도 한 김우재 하얼빈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굿윈의 이 논문은 곤충군집체에 대해선 전혀 다루지 않는다”라며 “(인용된) 이 구절은 곤충의 발생과정에서 체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브라이언 굿윈 특유의 복잡계 동역학으로 기술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윤 교수의 논문 제목이기도 한) 발생학은 기본적으로 한 개체의 발생을 다룬다”며 “생물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가, 군집을 이야기하면서 발생학을 끌어들이다보니 전혀 엉뚱한 맥락의 브라이언 굿윈을 가져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 교수는 논문에서 진화생물학이나 발생학과 관련한 유의미한 연구는 전혀 인용하지 못하고 있다. 참고문헌에도 관련한 논문을 찾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어째서 제 전공이 아닌 곤충학을 가져와 ‘형태발생학’이라는 용어까지 끌어다 써가며 ‘한국남성성의 불완전변태과정의 추이’에 대한 논지로 이어가는지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요컨대 제목인 ‘관음충의 발생학’과 달리 해당 논문은 생물학과 발생학에 대한 이해가 없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불완전변태 비교에도 뒷받침 근거無
윤 교수 논문 부제는 ‘한국남성성의 불완전변태과정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이다. 부제 역시 논문 제목과 같이 과학적으로 성립되기 어렵다.
윤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남아가 한남유충과 한남충을 거쳐 관음충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곤충의 불완전변태과정에 대입해 서술한다. 그런데 해당 논문에선 윤 교수가 곤충의 불완전변태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 거듭 등장한다.
윤 교수는 한남충의 발생을 곤충의 불완전변태와 연결하면서도 생물학적인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 심지어 윤 교수가 논문에 인용한 굿윈은 완전변태를 하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주요한 연구를 진행한 학자다.
김 교수는 “논문을 아무리 읽어봐도 한남충의 발생과정이 도대체 왜 불완전변태과정에 비유되는지, 그리고 개체중심적인 굿윈의 발생학이 어떻게 군집구성체적 사고로 건너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굿윈은 초파리라는 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으로 많은 연구를 수행했고, 윤지선이 언급한 체절 패턴의 연구도 대부분 초파리 발생에서 등장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 마디로 윤지선은 굿윈을 언급하며 아예 굿윈이 논의한 발생학적 패턴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았거나, 그저 데란다가 인용한 걸 복사해 가져다 붙인 것”이라며 “굿윈의 연구가 윤지선의 한남충이라는 군집체 연구에 적용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남성성을 곤충의 불완전변태와 비교한 윤 교수의 연구는 윤 교수 스스로 생물학은 물론 불완전변태라는 개념에 대해 충실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근간조차 흔들린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종교처럼 신봉' '지적 사기' 평가까지
부제의 마지막인 ‘신물질주의적 분석’이란 대목도 황당하다. 윤 교수는 논문 전반에 걸쳐 ‘마누엘 데란다’의 신물질주의를 창조적으로 수용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철학계 내에서도 데란다의 작업과 윤 교수의 논지가 달라 유의미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철학과 한 학부생이 본지에 전달해온 의견에 따르면 데란다의 연구는 그 학술적 가치는 논외로 하더라도 군집구성체적 사고를 활용해 유명 철학자 질 들뢰즈를 재해석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물학에서의 비본질주의와 철학적 비본질주의를 연결 짓는 것으로, 그의 연구에서조차 인간과 곤충을 직접 단순 비교하려는 시도는 확인되지 않는다.
윤 교수 역시 논문에서 이에 대한 인용을 전혀 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김영건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역시 윤 교수의 연구에 대해 “내가 보기에는 철학적 기본기를 훈련하지 못한 것 같다”며 “한 마디로 철학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깊이 성찰하지 않은 채, 마치 종교처럼 들뢰즈를 읽고 신봉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어 “흉내내는 것이 철학이 아니다”라며 “그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철학일 것”이라고 적었다.
김 교수는 윤 교수 논문에 대해 1997년 앨런 소칼 뉴욕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일부 철학자들을 비판하며 발표한 <지적 사기> 속 ‘지적 사기’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평가까지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윤 교수는 이에 대한 본지 질의에 “필자의 논문은 신물질주의자 데란다의 과학과 철학의 개념적 통섭을 새로운 방법론으로 채택하여, 심각한 사회적 현상을 추동하는 특정 군집체를 형태발생학적으로 탐구하고 그 기원과 진화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라며 “21세기를 이끄는 미국의 신물질주의 철학자 데란다의 주요저작에서 굿윈과 생물학적 논지의 개념을 참조하였는데 제 논문이 철학적 논문이 아니라면, 데란다의 해당 주요저작을 보시고 다시 코멘트하시길 부탁드린다”고 답을 해왔다.
이 같은 윤 교수 답변에 학자들은 개탄하는 심경을 밝혔다. 김우재 교수는 “데란다라는 권위를 이용해 자신의 논문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권위에 의한 호소로, 학자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만약 데란다가 윤지선처럼 논의를 진행한다면, 그건 지적 사기에 다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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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