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1박2일·맥도날드...남자들의 '남혐 미러링' 시작됐다
2021.05.03 15:11
수정 : 2021.05.03 15: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주말 온라인을 달군 이슈는 '남혐(남성 혐오)' 논란이다. GS25나 맥도날드 등 기업의 마케팅부터 1박2일 등 방송까지, '남혐' 논란이 전방위적으로 불 붙고 있다. '남혐' 콘텐츠를 비판하는 남성들은 "극단적 페미니즘에서 지나치게 '여혐' 논란을 이끌고 갔기 때문에 우리도 똑같이 돌려주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메갈 손'과 '허버허버'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지난 주말 GS25의 이벤트 홍보 포스터가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GS25가 경품 증정 이벤트를 홍보하기 위한 포스터를 올렸는데, 포스터 속 손 모양이 남성 비하 목적의 그림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해당 손 모양은 남성 혐오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대표 이미지로, 한국 남성들의 성기가 작다며 조롱하는 그림이다. 포스터에 적힌 영어 표현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의 각 단어 마지막 글자를 조합한 '메갈'(megal)이 '메갈리아'를 암시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GS25는 포스터에서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하고 2일 사과문을 올려 "내부적으로 무겁게 받아들여 앞으로 논란이 될 만한 내용에 대해 철저히 모니터링해 더욱 세심한 검토와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누리꾼들은 경기남부경찰청의 홍보자료와 서울경찰청 홍보자료도 문제 삼기도 했다.
예능 프로그램도 남형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방송된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시즌4에서 남성 혐오 용어 단어 ‘허버허버’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지난해 7월 12일 방송된 '1박2일' 경북 울릉도 편 식사 장면에서 ‘허버허버’라는 자막이 쓰였다고 지적했다. 문제 장면을 살펴보면 김종민이 야외에서 식사를 하던 중 갈매기들이 날아들자 손을 내젓고 있는 모습에서 ‘허버허버’라는 자막이 삽입됐다.
남성 혐오 표현으로 지목된 ‘허버허버’는 온라인에서 음식을 급하게 먹거나 급하게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을 나타낸 의성어로 쓰인다. 얼마 전부터 일부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단어가 ‘남성 혐오’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를 떠올리게 하는 남성 비하 표현이라 주장이 제기됐다.
■셀럽들의 '남혐·성추행' 논란까지
'남혐' 논란은 문구과 그림에서 멈추지 않고, 연예인 등 셀럽들에게도 옮겨 붙었다.
한국맥도날드는 방송인 ‘재재’를 광고모델로 쓰면서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였다. 유튜브 채널에 재재를 광고모델로 하는 영상을 올리자,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페미와의 전쟁을 시작합시다. 맥도날드 불매운동합시다. 우리도 뭉칩시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된 것이다.
작성자는 “대놓고 페미(니스트) 인증한 사람(재재)을 모델로 쓴다. 마케팅팀 페미들 소행인 듯”이라며 “우리도 보여주자. 맨날 속으로만 욕해서 바뀌지 않는다”며 맥도날드 불매운동을 제안했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지만 남성 네티즌들의 상당한 호응을 얻었고,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여성 네티즌들은 남성 네티즌들의 이 같은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며 구매운동으로 불매운동에 맞서고 있다.
방송인 박나래도 성희롱과 성추행 논란으로 계속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박씨는 지난 3월 23일 유튜브 예능 방송 '헤이나래'에서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다 사타구니 쪽으로 인형의 팔을 밀어넣는 등의 행동을 보여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달 30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박나래를 상대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공연음란 혐의 등으로 수사 중이다. 여기에 지난 2016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한 행동도 논란이 되고 있다.
■"'남혐vs여혐' 프레임 넘고..공정한 사회 구조 만들어야"
'남혐 논란'에 남성 네티즌들은 극단적 페미니즘에 대한 역풍이라고 주장한다. 한 누리꾼은 "원래 남자들은 별로 신경 안 썼는데 페미(페미니스트)들이 오버하면서 사사건건 성추행이니 뭐니 (남성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모니까 결국 이렇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젠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기존의 프레임을 넘어선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고 젠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대 심리학’의 저자인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녀 간에는 분명히 차이가 존재한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특히 교육에서 ‘남녀는 단순히 평등해야 한다’가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 그리고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경쟁적인 취업시장에서 남녀가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경쟁하다 보니 감정적인 혐오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젠더갈등의 원인을 경제적 문제로 진단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젠더 갈등은 사회적 불공정과 관련이 있다”며 “불공정이 심한 사회일수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나 거부감, 혐오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젠더 갈등에는 비정규직 양산, 빈부격차, 청년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미비 등 기성세대가 만든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성 평등 교육이나 처벌만으로는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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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