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뒤지나 진짜” 칫솔에 락스 칙…몰카 속 아내 목소리 경악

      2021.05.15 06:00   수정 : 2021.05.17 11: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남편은 자기만이 알 수 있는 방향으로 칫솔 등 세면도구의 방향을 맞춰놓고 출근했다. 남편은 퇴근 후 확인한 결과, 세면도구의 방향과 위치는 바뀌어 있었다.

부인의 외도를 의심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용을 몰래 본 남편 A씨에 대해 법원이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다.



A씨가 집에 카메라와 녹음기를 설치해 아내의 대화를 엿들은 것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15일 법원 등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 12부(재판장 이규철)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지난 10일 각각 선고 유예와 무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2008년부터 각방을 사용했다. 그러던 중 2014년 아내 B씨(46)의 늦은 귀가에 외도를 의심한 A씨는 그가 잠든 사이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입력해 C씨와 서로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열람했다.

대화 내용엔 ‘늙어서 같이 요양원 가자’ ‘추석에 카톡해도 되느냐’ ‘만나자’ 등의 내용이 있었다.

남편 A씨는 두 사람의 불륜을 직감했다.

이후 A씨는 2020년 1월 건강검진에서 위염·식도염 진단을 받은 뒤 자신의 칫솔에서 락스냄새가 나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또 다시 B씨를 의심하게 된다.

칫솔의 방향을 자신만이 알 수 있도록 맞춰놓고 출근했다. 하지만 퇴근 뒤 칫솔의 위치가 바뀌어 있자 녹음기와 카메라를 이용해 녹음·녹화를 한다.

결과는 A씨의 예상대로였다. 녹음기와 카메라에는 무언가를 뿌리는 소리와 함께 “안 죽노. 안 죽나 씨” “락스물에 진짜 쳐 담그고 싶다” “오늘 진짜 죽었으면 좋겠다” “몇 달을 지켜봐야되지? 안 뒤지나 진짜, XX” 이라고 하는 아내의 혼잣말이 담겨졌다.

2월부터 4월까지 녹음기와 카메라에는 총 25회에 걸쳐 아내 B씨가 남편 A씨의 칫솔에 락스를 뿌리는 모습과 “죽어, 죽어” 등 혼잣말이 담겼다.

이중 검찰은 15회분의 기록을 범죄 사실로 판단해 B씨를 기소했다.

재판부는 “(아내의 대화를 훔쳐 본)정보통신망법 위반죄는 우발적이며 경위에 참작할 바가 있고, 범행 이후 5년이 넘도록 아내 B씨가 문제 삼지 않고 부부관계를 유지했다”면서 선고 유예를 결정했다.

A씨가 녹음기와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선 “범행이 A씨가 출근한 사이에 몰래 이뤄졌고, B씨의 범행을 파악하고 A씨가 자기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B씨의 언동을 녹음·녹화해 증거를 수집하는 것 외에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적절한 수단을 찾기 어렵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확신하게 되자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4월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임시보호명령을 내렸다. 이후 A씨는 B씨를 살인미수로 고소했다.


현재 B씨는 A씨의 칫솔에 락스를 뿌린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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