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수술 비판했다 '명예훼손' 기소된 시민단체 대표의 사연

      2021.05.15 14:16   수정 : 2021.05.15 14: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성형외과 관련 사이트와 유령수술 사건 뉴스 댓글 등에 유령수술 실태를 지적하고 비판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재판에서 혐의를 벗고 국가로부터 소송비용 등을 보전 받게 됐다. 2014년 공론화된 그랜드성형외과 유령수술 사태 당시 진상규명에 참여한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전 법제이사 김선웅씨가 주인공이다. <본지 2020년 9월 19일. ‘[단독] 유령수술 공론화 앞장서다 고발당한 의사 '무죄'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위법한 의료범죄를 고발한 시민을 검찰이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사건으로, 연이은 무죄판결과 비용보상 결정에 검찰에 비판이 제기된다.




유령수술 비판 했다 재판에··· '무죄' 보상 결정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중앙지법 제51형사부(재판장 고연금 판사)가 김선웅 의료범죄척결 시민단체 닥터벤데타 대표의 청구를 받아들여 국가가 김 대표에게 각 425만원과 235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김 대표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건 2건에 대해 법원이 연달아 무죄판결한데 따른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성수제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김 대표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를 묻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무죄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해당 사건은 김 대표가 지난 2018년 2월 인터넷 포탈사이트에 올라온 한 언론사 기사 댓글란에 ‘여긴 OOO이지만 OOO, OO, OOO, OOO 등등에서 유령수술하다가 죽인 사람 꽤 많다고 알려져 있죠. 복지부는 아예 실태조사도 안 해요. 의사들 사이에서는 대충 2-300명은 죽인 걸로 소문 파다함. 수술하다 죽이고 3억5천 쥐어주고 보험처리 하고 보호자들 입 막고 병원장은 보험회사에서 3억5천 돌려받고’라는 내용을 게시한 것과 관련한 것이다.

기사는 김 대표가 전문가로 직접 출연한 한 방송국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것이었는데 유령수술 문제를 고발하는 편이었다.

검찰은 김 대표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게시해 특정 병원과 의료진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김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사망자 발생 시 병원이 유족에게 3억5000만원을 지급하고 이를 보험사로부터 돌려받은 내용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가 200~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특정한 내용은 허위라고 보았으나 공익적 목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봤다.

검찰이 무죄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고등법원 재판부는 원심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 무리한 기소, 세금 660만원으로 보상

검찰이 김 대표를 기소했다 패소한 사건은 한 건이 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배성중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김 대표가 2018년 8월 한 성형관련 사이트에 유모 당시 원장이 운영하는 그랜드성형외과에서 환자가 마취된 뒤 약속된 집도의 대신 다른 의사가 들어가 수술을 하는 이른바 '유령수술'로 환자가 죽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이 명예훼손이라며 기소했다.

당시 김씨가 올린 글엔 '그랜드성형외과에서 2006년 이후 5~10여명이 유령 수술 도중이거나 직후 사망했다', '유령수술을 숨긴 채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 수억원의 현금을 쥐어줬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재판부는 김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사망자 수를 특정한 부분에 대해 명백히 인정할 근거자료는 없다"면서도 "그랜드성형외과에서 장기간 대리수술이 행해지고, 도중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김씨의 글이 거짓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사기죄로 기소돼 수년 간 재판을 받아온 유 전 원장은 올해 2월 원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과 벌금 300만원 판결을 받고 구속된 상태다.

2014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로 그랜드성형외과 유령수술 사태 진상규명을 위해 공헌한 김 대표는 현재 의료범죄를 고발하는 시민단체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김 대표는 이번 비용보상 결정과 관련해 “검찰이 2018년 하반기 이후 명예훼손이라는 멍에를 씌워 기소를 했는데, 한 개의 사안을 두 개 사건으로 쪼개어 30개월동안 법정과 검찰청에 쉴 새 없이 불려다녔다”며 “무죄확정 비용보상결정 제도는 검찰의 기소독점권에 법원이 미력이나마 제동을 가하고 부당하게 공권력의 공격을 받은 시민에게 세금으로 보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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