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찬성' 김부겸 '반대'··· 수술실CCTV 어디로 가나
2021.05.22 16:16
수정 : 2021.05.22 16:15기사원문
그간 수술실CCTV를 수술실 입구에 달자는 보건복지부 안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질타를 받은 국회가 국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지 주목된다. <본지 3월 6일. ‘[단독] 수술실CCTV 찬성 달랑 1... "밖에 달자" 의견 좁혀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국회, '수술실CCTV' 시민 의견 드디어 듣는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수술실CCTV 등 의료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가 오는 26일 오전 10시께부터 복지위 회의장에서 수술실CCTV법 관련 공청회를 연다.
대상에 오른 안건은 김남국,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수술실CCTV법과 기존 수술실CCTV에 법적 근거를 마련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안이다.
공청회 참석자는 김종민 의협 보험이사, 이형중 한양대학교병원 기획조정실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장이다. 이들은 의료인과 병원, 환자 및 의료사고 피해자를 대변해 수술실CCTV법의 당부를 논할 계획이다.
국회가 수술실CCTV법과 관련해 시민사회 단체의 의견을 정식 수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한 차례 논의가 있었고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발의됐으나 논의 없이 모두 폐기된 상황에서 21대 국회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시민사회 단체의 의견이 주요하게 다뤄지게 된 것이다.
수술실CCTV법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 및 유가족이 추후 의료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수술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끔 수술과정을 녹화하도록 하는 법이다. 현재는 개별 병원이 자율적으로 수술실CCTV를 운영하고 있는 탓에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CCTV를 받지 못하거나 아예 녹화가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잇따르는 의료범죄, CCTV 없이 막을 수 있나
이번 국회에서 수술실CCTV법이 적극 논의된 데는 그간 발생해온 의료계 범죄행위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14년 불거진 그랜드성형외과 유령수술 사태와 2016년 고 권대희 사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부적절 유령수술 병원 자문 사건이 대표적이다. 수술실에서 환자가 마취된 이후 집도하기로 했던 의사 대신 다른 의사가 들어가 수술을 진행하거나 아예 무자격자가 수술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가 입증책임을 지는 한국 법체계에서 환자 측이 객관적 증거인 수술실CCTV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법적으로 진료기록부를 제공받을 수 있으나 이마저도 제때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많지 않고 제공을 받아도 조작된 사례가 이어지며 환자 및 유족 측이 의료소송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같은 의견은 일선 수사기관에서도 수차례 제기됐다. 일선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확보한 CCTV나 의료기록, 각종 영상자료가 위변조되는 사례가 꾸준히 발견됐던 것이다. 일부 의료진의 진술을 의료기록과 대조해 혐의를 입증해나가는 경우에도 의료진이 법정에서 진술을 뒤바꾸는 경우 이를 되돌리기 어려운 문제가 컸다.
특히 성형외과와 피부과, 치과 등 미용의료 분야가 크게 성장하며 수익극대화를 노린 의료기관이 불필요하거나 위험성이 큰 수술을 충분한 의료인력 없이 진행하다 사고를 내는 사례까지 이어져 수술실CCTV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게 일었다.
무릎절개와 관절내시경 촬영, 연골제거 등의 수술 및 시술을 단독으로 849차례나 시행한 간호조무사의 사례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무자격자가 유령수술을 진행한 사례가 사건화돼 공분이 일기도 했다. 일부 의사의 일탈로 전체 수술실에 CCTV를 다는 게 부당하다는 의료계의 비판이 힘을 잃으며 여론은 수술실CCTV 찬성에 급격하게 기울었다.
대권주자 이재명 핵심정책, 총리는 '부정적'
이재명 경기도 지사 취임 이후 수술실CCTV 확대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한 경기도 도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수술실CCTV는 지지율 2위, 인지도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회가 지난해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89%가 법안에 찬성했다.
경기도와 전라북도가 시행하고 있는 도내 공공의료원 수술실CCTV 설치 및 운영 결과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국회의 온도는 달랐다. 보건복지위 제1소위 소속 의원 대부분이 법안에 부정적인 자세를 보였고, 그 결과는 보건복지부 절충안의 수용으로 나타났다. 수술실CCTV를 수술실 입구에 달자는 황당무계한 절충안에 11명 의원 중 무려 8명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중 4명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었다.
수술실 내에 CCTV를 달아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한 의원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1명뿐이었다. 그마저도 42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하자고 발언해 기존 법안보다 적용 폭을 좁힌 의견을 내놨다.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수술실에서 자행되는 의료범죄가 끊이지 않고 사건화되는 상황에서 수술실CCTV 법안을 왜곡하는 국회의 행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장은 지난 수개월째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고 안기종 환연 대표 역시 단체 관계자들과 반대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SNS를 통해 “일을 추진하다보면 수술실CCTV 설치처럼 높고 두터운 기득권의 벽을 만나기도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며 “기득권에 굴복하면 변화는 요원하다”고 힘을 실었다.
반면 김부겸 국무총리는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안이 어디서 쟁점이 형성되고 있고 어떤 갈등이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수술 현장 자체를 CCTV로 보여주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것 같다”며 “환자가 수술 받을 때 내가 약속한 의사한테 수술을 받는지 여부가 확인되고, 그래서 의료 사고를 조치할 수 있도록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으로 양쪽 입장을 절충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총리까지 나서 부정적 입장을 냈지만 국회는 아직 수술실CCTV가 외부 설치로 확정된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보건복지위 절충안은 정부안일 뿐 이번 공청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해 기존 입장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려 20년 가까이 국회 문을 두드려온 수술실CCTV법안이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26일 공청회에 쏠린 눈들이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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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