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미안하다 고맙다" 발언에 "불매운동" vs "멋지다"
2021.05.30 11:34
수정 : 2021.05.31 09:29기사원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린 인스타그램 글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불매운동과 구매운동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26일과 28일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글귀가 포함된 음식 감상평을 남겨 논란이 됐다. 해당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광장에서 남긴 추모 문구다.
앞서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후 첫 일정으로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남겼다.
정 부회장은 지난 25일과 26일 인스타그램에 각각 우럭 요리와 랍스터 요리 사진을 올리며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표현을 썼다. 우럭 요리 사진에는 "잘 가라 우럭아. 네가 정말 우럭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했고, 랍스터 요리 사진에는 "가재야, 잘 가라.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었다.
이어 지난 28일에는 고급 소고기 사진과 함께 "너희들이 우리의 입맛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했으며, 닭새우 사진에는 "너희들의 희생이 우리 모두를 즐겁게 했다"며 "미안하다. 고맙다"는 글을 남겼다.
이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16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 마련된 방명록에 “아이들아!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남긴 것을 연상케 한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정 부회장이 문 대통령, 박 전 시장의 ‘세월호 방명록’ 글귀를 조롱하려는 의도로 따라한 것 아니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보배드림에서는 신세계그룹 계열의 스타벅스, 이마트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재벌이고 돈 많으면 다인가요? 아무리 그래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게 있는데, 문 대통령과 박 전 시장, 세월호 희생자들까지 조롱하는거 보니 너무 너무 화가 난다”며 “스타벅스, 이마트 제 생전에 안 간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는 “앞으로 이마트만 이용하겠다”며 구매 운동을 제안했다. 가세연은 “앞으로 LG 트윈스만큼 SSG 랜더스를 사랑하겠다. 백화점을 간다면 신세계백화점만 가겠다”면서 “정용진 부회장님 너무너무 멋지다”고 했다.
아울러 별 의미 없이 올린 게시물을 지나치게 정치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자 정 부회장은 닭새우 게시물은 삭제했으며, 소고기 게시물의 글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하지만 29일에는 “외국사람의 눈으로 볼 때 제일 혐오스러운 음식 중의 하나라고 한다. 우리는 아주 맛있게 잘 먹는다”면서 “문화의 차이다. thank you nakji(고맙다 낙지)”라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추가로 올리기도 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