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수술실CCTV법··· 수정법안 국회 전달 [김기자의 토요일]
2021.06.05 13:16
수정 : 2021.06.05 13:16기사원문
해당 안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설치대상에서 배제한 일부 발의안보다 수술실CCTV 설치대상을 확대하고 수술실CCTV 촬영 요건 등을 분명히 했다.
국회에선 기존 법안도 부작용 우려가 크다며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원안보다 적용대상을 확장한 해당 법안이 실제 발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본지 3월 6일. ‘[단독] 수술실CCTV 찬성 달랑 1... "밖에 달자" 의견 좁혀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김남국·안규백 수술실CCTV법, '이대론 부족' 여론도
5일 국회에 따르면 수술실CCTV 법안 입법화운동을 주도해온 시민단체 환자권익연구소가 최근 보건복지위 소속 위원 전원에게 수술실CCTV 법안 초안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남국 의원과 안규백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에 다소 미비점이 있다는 판단에 기초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은 수술실CCTV 설치 대상을 지정하고 촬영과 영상 열람 기준, 이를 어겼을 시 처벌근거를 마련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은 수술실CCTV 설치 및 운영에 대한 것이긴 하지만 미비점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남국 의원 발의안의 경우 설치대상을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한정해 일선 의원급 의료기관이 설치대상에서 배제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수술실CCTV 설치 문제를 촉발시킨 2016년 권대희 사건 등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공장식 유령수술이었지만, 해당 법안은 이 병원의 수술실CCTV 설치를 강제할 수 없는 것이다. 수술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장치가 미비할 가능성이 높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CCTV설치 및 촬영 의무를 면제하는 건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실제 법안 발의 이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피해를 봤다며 수사기관에 문제를 호소하는 사례도 이어진 바 있다.
안규백 의원이 발의한 안에서도 다소간 미비점이 지적됐다. 안 의원 안은 의원급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을 설치 대상으로 했지만, 영상에 대한 열람규정만 마련해 환자나 보호자가 사본으로 제출받을 길은 마련하지 않았다.
의원급도 의무화, 영상사본 발급도
환자권익연구소 안은 이와 관련해서도 열람뿐 아니라 영상 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수술 장면 촬영이 병원의 의무임을 명시한 점이 눈에 띈다. 기존 발의된 법안은 수술실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촬영은 환자 또는 보호자의 요청이 있는 때에 한해 하도록 정하고 있다.
반면 환자권익연구소 안은 병원이 환자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의료행위를 촬영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다. 물론 환자와 보호자 동의가 없다면 촬영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안의 경우 환자와 보호자의 요청이 선행될 경우에 한해 병원이 수술장면을 촬영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뒀지만, 새로 제안된 안에선 병원의 의무촬영을 원칙으로 하고 환자가 이를 거부할 길을 열어둬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김남국, 안규백 의원 발의안의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여러 가지 이유로 수술실CCTV 촬영을 병원 측에 먼저 요청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기초한 것이다. 이에 병원이 선제적으로 수술실CCTV 촬영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전하고 동의를 구하도록 해 원치 않는 사각지대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
정리하자면 환자권익연구소 안은 김남국 의원 발의안에 빠져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수술실CCTV를 의무화하고 △김남국·안규백 의원 발의안에서 더 나아가 영상 촬영의무를 근본적으로 병원에 지우며 △역시 두 의원 발의안에 빠져 있는 사본 발급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해당 안이 실제 국회에서 법안 발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국회 관계자는 “기존 나온 법안도 상당히 개혁적인 내용이라 오랫동안 부작용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느냐”라며 “혹시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을 생각해서 너무 성급한 제도화가 어려운 부분은 이해해달라”고 언급했다.
법안 보강이냐, 졸속 통과냐··· 우려 높아
지난달 26일 이뤄진 국회 공청회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해당 안을 언급했다. 남 의원은 “(환자권익연구소가 제출한) 수정제안을 보면 지금 김남국 의원님 안이나 안규백 의원님 안 같은 경우는 일단은 조금 틀리다(다르다)”며 “(기존안은) 무조건 처음에 다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요청이 있는 경우만 촬영하는 건데 그거에 대한 수정안을 갖고 오셨다”고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두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뒤 무려 1년이 지나도록 첫 문턱인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수술실 내부가 아닌 입구에 CCTV를 달아야 한다는 소위 ‘절충안’을 내놓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가 절충안으로 뜻을 모으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공청회 이후 국회가 졸속으로 수술실CCTV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수술실CCTV에 대한 찬성여론이 90%에 이를 만큼 뜨거운 상황에서 시민단체 의견이 수렴된 강화된 법안이 새로 나올 경우 이를 무마하기 어려워 현재 제출된 절충안이나 상급의료기관 및 공공병원에만 의무설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위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적 요구가 뜨거운 수술실CCTV법 통과를 당론으로 채택해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는 상태다.
■파이낸셜뉴스는 일상생활에서 겪은 불합리한 관행이나 잘못된 문화·제도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김성호 기자 e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제보된 내용에 대해서는 실태와 문제점, 해법 등 충실한 취재를 거쳐 보도하겠습니다. 많은 제보와 격려를 바랍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