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만큼 나의 발전이 중요한 직원들, 소통 안하면 MZ 사장도 꼰대 됩니다"
2021.07.06 17:12
수정 : 2021.07.06 17:37기사원문
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MZ세대 대표와 직원 간 연결고리 '소통'
황희승·이혜민 MZ세대 부부 대표가 직원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건 '소통'이다. 둘 다 스타트업을 운영하기에 직원들의 90% 정도가 모두 MZ세대다. 궁금한 건 눈치보지 않고 묻고, 성실한 답변을 원한다. '까라면 까라' '회사를 위해 희생해라' 따위의 일방적인 명령은 고분고분 듣지 않는다. 그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려면 충분한 설명을 통한 납득의 과정이 필요하다.
대표와 직원 대부분이 MZ세대이다보니 연혁이 오래된 조직에서보다 양측 관계도 수평적이다. 황 대표는 "직원들이 회사에서 마주쳤을 때도 신사업에 대한 방향성이라든지 업무 내용부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도 나눈다"고 했다. 이 대표도 "팀원들과 정기적으로 식사 자리를 갖고 사적인 이야기부터 업무적인 이야기를 듣는다"고 맞장구쳤다.
■"직원·회사 모두 발전할 성과지표 만들어야"
물론 고민도 존재한다. 최근 두 대표는 MZ세대 직원을 만족시킬 만한 성과지표와 사내 교육 체계를 만드는 일에 신경을 쏟고 있다. MZ세대는 윗세대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만큼 회사의 성장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식으로 직장을 다니기보다는, 자신의 발전이 곧 회사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근무환경을 원한다. 하지만 직원 모두가 만족하는 성과 지표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황 대표는 "현 시대에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라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며 "구글 등 해외기업들은 이미 '목표와 성과 지표(OKR)'를 도입해 회사 내 개인의 발전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OKR의 경우 해외 모범사례는 있지만 국가, 회사 문화 등에 따라 단일한 정답은 있을 수 없다"며 "잡플래닛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직원들의 발전을 위한 최적의 성과지표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도 "핀다도 '파인드백'이라는 OKR을 통해 분기별로 직원에게 피드백을 주고 있다"며 "직원과 일대일로 만나 분기 목표와 실제로 달성했던 내용들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만 아직도 해당 시스템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기에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창업자 부부…스타트업 생태계에 정착 중
황 대표와 이 대표 부부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유명인사다. 스타트업의 경우 소수의 인원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만큼 부부가 함께 회사를 창업한 경우는 종종 있지만, 각자가 다른 회사를 창업한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둘의 인연 또한 특별하다. 중학교 2학년 시절 짝꿍으로 알게 되고. 20대 때 연인이 돼 현재는 살림까지 차렸다.
두 부부는 MZ세대 창업자로 5년차 폐업률이 70%가 넘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각자의 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잡플래닛은 지난해 말 기준 이용자들이 남겨놓은 리뷰 등 기업 평판 정보가 527만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의 정보가 잡플래닛에 있는 셈이다. 금융플랫폼 핀다도 지난 2015년 설립 후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9년에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선정돼 여러 금융사를 한데 모아 비대면으로 대출을 신청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두 회사 모두 성장세에 힘입어 구성원이 급속히 늘었다. 2013년 창업 당시 한자릿수였던 잡플래닛 직원 수는 자회사를 포함해 160명으로 늘었다. 핀다도 올해 50명으로 직원 수가 증가했다.
■"어릴 적부터 창업이 꿈" "취업 후 방황 시작"
보통의 20대라면 고등학교를 마치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 직장으로 취업할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황 대표는 처음부터 취업이 아닌 창업의 길을 택했다. 황 대표는 "어릴 때부터 부동산에 사무실을 임대한다는 문구를 보면 저곳에서 무슨 장사를 해야 잘 될지 주위 상권부터 사업 아이템까지 고민하곤 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은 창업에 대한 황 대표의 욕구를 더욱 부풀렸다. 황 대표는 "대학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당시 영어로 된 전공 원서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저 같은 유학생이 많을 것이기에 원서를 한국어로 번역해 책을 내보는 사업도 고민했었다"고 회고했다. 또 그는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보니 유학생활 중 자연스레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많이 사귀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황 대표는 미국 유학생활을 접고, 25세 나이로 창업자로서의 첫발을 뗐다. 소셜커머스 업체 '베스트플레이스'를 시작으로 '그루폰코리아' '로켓코리아' 대표를 거쳐 잡플래닛을 차리게 됐다.
반면 이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자는 아니었다. 보통의 20대처럼 사회로의 첫 진출은 취직이었다. STX 지주회사의 전략기획부서로 입사해 4년간 미주지역 사업 개발과 투자 등을 담당했다. 이후 방황의 시간이 찾아왔다. 지금보다 '유리천장'이 심한 2000년대 후반, 회사에 여성임원이 하나도 없었던 상황에서 그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다시 만난 지금의 남편을 통해 창업의 세계를 알게 됐다.
이 대표는 "주위 친구들과 저는 어릴 적부터 어떤 자격증을 따고, 대기업을 가야 하거나 특정 직업군이 돼야 한다는 목표를 주입받고 자랐다"며 "과거에는 외교관이 되고자 한 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서 한국에 돌아온 남편이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왜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는데 그때부터 남들이 가는 길보다는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했다"며 "욕심이 많고 틀에 박힌 걸 싫어하는 성격인 만큼 창업으로 답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결단을 내린 이 대표는 화장품 샘플 박스 정기 배송업체 '글로시박스'를 공동 창업한 후 '피플앤코', 식생활 관리업체 눔의 한국 대표로 일하다 2015년 핀다를 설립했다.
■"동반자이자 훌륭한 사업 파트너"
앞서 열거한 두 대표의 연혁에서 알 수 있듯, 부부 모두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두 대표 모두 같이 있을 때 회사 경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 대표는 "창업자로서 회사 내 특정 문제의 경우 직원들과 직접 이야기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며 "그럴 때마다 부인으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얻곤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같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다보니 벤처캐피털(VC)의 투자나 펀드가 필요할 때 네트워크도 공유하고, 신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자주 논의한다"고 덧붙였다.
각자의 사업에 대한 이야기는 협업 논의로까지 확장됐다. 잡플래닛이 새로 선보이는 기업 홍보 콘텐츠에 핀다가 출연하기로 한 것. 이 대표는 "밤낮으로 사업과 커리어 관련 논의를 이어오다 협업까지 기획하게 됐다"며 "잡플래닛이 여러 기업들을 하나씩 재미있게 소개하는 콘텐츠에 핀다가 출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37세 △에머리대학교 경제학과 △베스트플레이스 대표 △글로시박스 대표 △그루폰 코리아 대표 △㈜잡플래닛 대표(현)
이 대표는
△37세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STX 전략사업기획실 △글로시박스 공동창업자 △피플앤코 대표 △눔코리아 대표 △㈜핀다 대표(현)
king@fnnews.com 이용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