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라는 그 부탁 못 들어줘”···떠난 아들 엄마의 울분 담긴 손편지
2021.07.29 08:57
수정 : 2021.07.29 11:24기사원문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지난 6월 광주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등학교 2학년생 A군(18) 어머니의 손 편지가 공개됐다. 편지에는 애지중지 17년 6개월을 키운 아들의 죽음에 대한 절절한 울분이 담겼다. 앞서 A군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함을 풀어 달라”며 진상 규명을 호소한 바 있다.
지난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광주 학교폭력 피해자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가 공개한 손편지에는 “아들아, 세상에 너만큼 빛나는 아이가 또 없더라, 17년하고도 6개월을 입히고 먹이고 키웠는데 거기가 어디라고 엄마보다 먼저 가니”라는 슬픔이 담겼다.
이어 “너 힘들게 했던 사람들 전부 혼내줄게. 아들아 고통 없는 그 곳에서 행복하렴. 다음에 또 만나자. 그땐 엄마 곁에 오래 머물러 줘”라는 문장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작성자는 게시물에서 “제 아들은 본인이 입은 피해에 대해 말을 할 수가 없다”며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가족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지만, 저희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국민청원 참여를 부탁했다.
이 같이 A군 부모를 지옥으로 끌어들이 사건은 지난달 29일 벌어졌다. 이날 오전 11시19분경 광주광역시 광산구 어등산에서 A군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A군 신체에 외상이 없는 점 등을 토대로 그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군이 남긴 유서가 발견되면서 상황은 뒤바뀌었다. 사망 전날 A군은 태블릿PC에 유서를 남겼는데, 여기서 학폭이 의심되는 정황이 나온 것이다.
A군은 ‘안녕’이라는 제목의 유서에서 “엄마 아빠 많이 놀라셨죠.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제가 계속 살아가면 엄마 아빠 힘만 빠지고, 저도 엄마 아빠 얼굴 보기가 힘들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나 학교에서 맞고 다니던 거 X팔리고 서러웠는데 너희 덕분에 웃으면서 다닐 수 있었어. 너무너무 고마워”라고 했다.
이후 학폭 의심이 확신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A군 친구 부모가 장례식장에 찾아와 동영상을 보여준 것이다. 해당 영상에는 A군이 지난해 교실에서 정신을 잃을 때까지 다른 학생이 뒤에서 목을 조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A군 부모는 해당 영상과 사망 전 아들이 남긴 유서 등을 근거로 학폭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A군 아버지는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교 폭력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장례를 치르던 중 교실에서 폭행을 당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제보 받고 이유를 알게 됐다”며 “학교 폭력 가해 학생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저희가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글은 29일 기준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명 동의를 달성했다.
경찰은 지난 28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로 A군이 다니던 고교 재학생 3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고교 1학년 때부터 줄곧 A군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상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9일 오전 11시 광주지법에서 이뤄진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