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에 화웨이 서버사업 中정부에 매각하나
2021.08.08 15:07
수정 : 2021.08.08 16:53기사원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유동성 문제로 서버 사업부문을 중국 정부에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8일 현지매체에서 나왔다. 영업을 종료한 중국 베이징 소재 화웨이 매장이 텅 비어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의 전방위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서버 사업부문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중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이를 화웨이의 구조조정 성격으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수 주체가 중국 국무원 직속기구로 국유기업을 관리·감독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가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되면 미국의 제재를 피하면서 간접적으로 화웨이의 미래 적자폭을 중국 정부가 떠안아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8일 신랑재경과 제일재경, IT업체 신방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일 열린 중국 ‘통신인모임’ 포럼에서 화웨이가 서버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며 인수자는 장쑤성 쑤저우시의 국자위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신인모임은 중국통산사업자, 통신장비업자, 개발자들의 정보교류단체다.
화웨이 사업구조는 통신장비, 스마트폰이 매출의 90% 가량을 담당한다. 나머지 10%는 기업 사업부를 통해 서버, 스토리지 등의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는 미국 기업 인텔의 반도체 공급 문제로 더 이상 x86 서버를 생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독자 설계한 암(ARM)프로세서 기반 쿤펑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해 서버 사업을 유지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 서버부문 관계자는 제일재경에 “화웨이가 서버사업을 포기하진 않겠으나 생산은 막혔다”면서 “인텔 아키텍처(컴퓨터 시스템 전체의 설계방식)를 기반으로 칩을 설계할 수 있어도 생산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현재 인수 당사자가 쑤저우 국자위라고 전했다. 국자위는 중국 최고 국가행정기관인 국무원 직속 부처급 특설기구로, 국유기업을 관리·감독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화웨이가 이처럼 서버부문 정부기관에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 제재 이후 우선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속에서도 2020년 기준 매출은 늘고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현금보유액은 2019년 대비 61.5%가량 폭락했다. 올 상반기 전체 매출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29.5% 급감했으며 이 중에서 스마트폰을 포함한 소비재 분야는 47% 추락했다.
따라서 서버부문 매각에서 확보한 자금으로 유동성 부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서버부문의 매각 주체가 중국 정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양한 형태의 추가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쑤저우는 화웨이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화웨이는 기업 사업부를 쑤저우에 두면서 근로자를 대규모로 이동시켰다. 중국 매체 AI재경사는 “현지 세수에 기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화웨이는 정부·기업 솔루션을 개발하는 쑤저우 연구소를 설립했고 지난해엔 쑤저우 둥웨이 반도체 회사 지분을 7% 가량 사들였다.
고영화 SV인베스트먼트 고문은 “일부 화웨이 사업을 국가가 잠시 운용하는 형태를 취해 미국 제재를 피하면서 간접적으로 화웨이 미래 적자를 안아주는 효과가 있다”면서 “순수하게 적자 부문 매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화웨이에 유동성 문제가 있다는 것은 확실히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화웨이 서버사업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매각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3대 통신 사업자 중 2곳인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모바일은 지난 6월 수십억위안의 서버 구매 계획을 발표했지만 대상자에서 화웨이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
서버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서버사업이 미국 제재 전에는 연간 300~400억위안(약 5조3000억원~7조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나 이후엔 가파르게 떨어져 현재 100억위안에 못 미친다”면서 “미국 제재를 벗어나면 500억위안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 부문 대형 산업은행과 에너지 부문 석유 대기업의 중앙 조달 프로젝트에선 화웨이가 낙찰을 받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반도체 부족으로 물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되자,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금보유액이 줄었다고 무조건 유동성 문제로 보기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정 부문에 투자를 시작했을 경우 현금유출이 급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KIET) 베이징 사무소 박재곤 소장은 “첨단 반도체 부족으로 고가 제품군 생산이 중단되면서 영업이익 감소는 예상이 됐지만 유동성 위기는 해석하는데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진짜 위기일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타개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신규 투자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피력했다. jjw@fnnews.com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