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증권사 지분 100% 소유 승인한 中 정부 속내는?
2021.08.09 15:52
수정 : 2021.08.09 16:08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중국에 지분 100%를 갖는 증권사를 두게 됐다. 외국인이 지분 전부를 갖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과 2단계 무역협상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JP모건은 최근 성명을 내고 “JP모건이 중국 합작사인 JP모건증권(모건다퉁증권) 중국 법인 지분을 100% 소유하는 것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승인했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지난해 3월 JP모건증권 중국 법인을 통해 중국 사업을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1억7700만 위안(약 300억원)으로 주식 20%를 사들였고 지분을 71%까지 끌어 올렸다.
제이미 다이먼(65)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JP모건과 그 고객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큰 기회 중 하나”라면서 “JP모건의 규모와 글로벌 역량이 중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특별히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1월 미중 1단계 무역협정에 서명하면서 은행·증권·보험 등 중국 금융시장 개방 확대 방안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이후 중국의 실질적 이행은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미국의 대중국 경제 제재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수출금지부터 중국 기업 미국 증시 상장 제한 등 전방위적이다.
1단계 무역협정 이행을 놓고도 미국의 태도는 완강하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명자 시절부터 완전한 이행을 요구해왔다. 타이 대표는 2단계 무역협상이 진행될 경우 핵심 원칙을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JP모건에게 100% 지분 소유를 승인한 것은 미국 압박의 효과라고 외신은 분석하고 있다. 2단계 무역협상이 시작되기전 1단계 합의 내용을 이행해 향후 테이블에서 허점을 잡히지 않겠다는 속내라는 것이다.
주요 외신은 “미국 압박을 받은 중국이 자본 시장을 열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눈에 띄는 개방은 대부분 올해 이뤄졌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4월 자국 자산운용 시장을 개방해 외국인이 100% 지분을 갖는 증권사를 설립을 허용했다. 그 동안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증권사를 설립하려면 중국 기업과 합작 형태를 취해야 하며 지분 51%를 넘길 수 없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30일에는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뮤추얼펀드 설립을 허가했고 6월에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뮤추얼펀드 사업을 승인했다.
중국이 대중국 포위망으로 고립되지 않기 위해 국제사회 수준에 맞추려는 시도라고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세계 최대 내수경제 국가라고 해도 내수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일정 부분에선 국제 자본시장 요구에 응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내수를 기반으로 대내외 쌍순환 전략을 추진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시와도 일치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