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고비 ‘방역 대전환’ 한목소리…정부 남은 카드는?
2021.08.13 05:30
수정 : 2021.08.13 07:56기사원문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와 감염병 전문가들이 현 수준의 방역 조치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확산세를 꺾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방역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모임과 이동 규제를 강화하면서 다중이용시설 운영도 제한해야 짧고, 굵게 간다"며 "정부는 지금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 국민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피로도가 쌓여 방역 긴장감이 풀려있다"고 입을 모았다.
방역 강화에 따른 사회, 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신규 확진자가 아닌 중증, 사망자 수를 주요 지표로 관리하는 '위드 코로나' 방역 체계로의 전환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방역 당국도 "위드 코로나로의 전면적인 변경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접종률이 오를 때까지 확진자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묘안 없이 연장만은 안 돼…대국민 메시지 강화해야"
뉴스1이 자체 집계한 12일 오후 11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864명으로 전날 같은 시간대 1853명 보다 11명 더 많았다. 전날 최종 확진자가 1987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와 비슷하거나 2000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
더 우려스러운 건 지금이 '정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확산세가 이어질수록 위중증, 사망자 증가 가능성도 커진다. 장기화할 경우 3차 유행 때처럼 병상 등 의료시스템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중대 고비', '새로운 국면'이라고 지적하며 앞다퉈 방역 대응의 대전환을 주장한다. 효과 면에서는 봉쇄만 한 게 없으나 불가피하면 국민 이동과 모임 자제를 요구할 조치를 조언하고 있다.
이번 유행 양상이 Δ거리 두기와 발생 장기화로 인한 국민 피로도 Δ전파력 강한 델타 변이 위력 때문인 만큼 정부의 대국민 메시지가 현 상황을 상세히 알리면서도 방역 대책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여러 전문가의 제언을 종합하면 Δ비수도권도 저녁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 Δ식당, 카페 영업시간 조기 제한 Δ재택근무 대폭 확대 등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그 이상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 4단계 조치는 미흡하다. 2000명대 확진자가 굳어질 수 있다. 정부가 이를 인정하고 손실보상을 전제로 한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 조처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확진자 100명 중 3명은 위중증으로 갈 수 있다. 우리나라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긴다면 우선 확산세를 통제하는 게 시급하다. 방역의 고삐를 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확산세를 줄이려면 방역 대책을 강화할 수밖에 없지만 소상공인, 자영업자 생업에 영향을 주니 정부가 어찌할 줄 모른다. 손실보상을 전제로 비필수 시설 문을 닫게 하고, 심야 통행은 막는 등 고강도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부겸 국무총리(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는 13일 오전 9시 4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방역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최근 확산세와 관련해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협조를 요청하며 8.15 광복절 불법 집회 자제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과 백신 수급 차질에 있어서도 언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다수 전문가들 "위드 코로나 시기상조, 준비부터 해야"…정부 "아직 검토 안 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델타 변이의 우세화 등에 따라 방역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방역 당국과 대부분의 전문가 모두 "그렇다"는 입장이나 위중증 환자, 사망자 위주로 바꾸는 방향으로는 "아직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더 크다.
접종률이 오르며 확진자 규모를 적정 수준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도 기존 거리 두기보다 강력한 방역 조치를 검토할 전망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일상과 방역의 조화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위기 상황"이라며 "이 상황에서 방역을 완화했다가 얼마나 큰 피해를 보게 될지 알 수 없다"며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당장은 중환자를 감당하는 의료체계가 문제다. "위중증, 치명률 관리 체계로 전환하려면 그것에 맞게 의료체계를 계획적으로 정비해야 하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 걸린다"고 설명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도 "장기적으로는 위드 코로나로 가야 하지만, 지금의 확산세는 곧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1차 접종률이 70%, 접종 완료률이 50%는 되면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100여명 유지될 때 고려할 상황이다. 모든 역량을 다해 확산세 막는 데 주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과 방역 당국 모두 사회적 거리 두기와 국민에 호소해 확산세는 막고, 접종률은 높이는 데 집중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경택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전날(12일) 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과거에 비해 확진자 숫자는 증가했지만, 사망자나 위중증 환자의 비율은 감소했다"면서도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의 절대적인 숫자는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어 현황을 갖고 현재의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향후 개편이 필요한 지에 대해 추후 검토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부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기까지 총환자 수(확진자)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접종률이 확대되면서 치명률이 감소한 부분은 향후 방역체계에서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방역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고위험군 접종이 완료되지 않았고 유행이 안정적이지도 않다. 지금 방역에서 최대한 접종률을 높인 뒤 상황이 안정되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