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암호화폐" 로빈훗 매출 2배 폭증
2021.08.19 07:26
수정 : 2021.08.19 07:26기사원문
미국 온라인 무료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훗이 18일(이하 현지시간) 2배 넘는 매출 증가세를 보고했다. 뜻밖에도 매출 절반 이상이 암호화폐였다.
암호화폐 거래 매출은 45배 넘게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폭락했다.
■ 매출·손실 모두 급증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로빈훗이 공개한 2·4분기 실적은 엄청났다.
지난달 상장(IPO) 이후 첫 실적 공개에서 로빈훗은 매출이 전년동기비 131% 넘게 폭증한 5억65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4분기에는 2억4400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로빈훗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1년전 5800만달러 순익을 냈지만 올 2·4분기에는 5억2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 가입자 60% 이상이 암호화폐 거래
로빈훗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식, 옵션 거래가 주종목이었지만 올들어 암호화폐 가격 급변동 속에 흐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실적발표에 따르면 로빈훗 2250만 가입자 가운데 60% 이상이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을 비롯한 암호화폐 거래에 나섰다.
현재 비트코인, 비트코인 캐시, 도지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7개 암호화폐를 주식처럼 수수료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로빈훗은 연초 게임스톱·AMC 엔터테인먼트 등 레딧주(밈주) 붐이 사그라든 지금 암호화폐 덕에 실적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거래기준 매출로 볼 때 암호화폐가 로빈훗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4%에서 올 1·4분기 17%로 늘었고, 2·4분기에는 52%로 더 확대됐다.
■ 도지코인이 암호화폐 매출 62% 차지
로빈훗은 실적발표에서 올 2·4분기 들어 처음으로 첫 거래를 주식이 아닌 암호화폐로 한 신규고객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암호화폐가 로빈훗 거래의 주종이 된 것은 도지코인 덕이다.
'도지코인의 아버지'라고 자칭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가격을 대폭 끌어올린 덕에 도지코인을 무료로 거래하기 위해 로빈훗에 새로 계좌를 틀고 거래에 나선 이들이 큰 폭으로 늘었다.
로빈훗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암호화폐 거래 매출을 기준으로 4%에 불과했던 도지코인 비중은 올 1·4분기 34%로 늘었고, 2·4분기에는 62%로 더 크게 늘었다.
도지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붐 속에 로빈훗 플랫폼에서 움직이는 자산 가운데 암호화폐 투자 자산 규모는 1년전 4억8070만달러에서 올 2·4분기에는 116억달러로 확대됐다.
로빈훗은 주식 거래 주문을 대량으로 대형 증권사에 넘긴 뒤 수수료를 받는 것처럼 암호화폐 주문 역시 한데 모아 거래업체에 넘겨 수수료를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한다.
■ 주가는 급락
로빈훗 주가는 그러나 장 마감 뒤 공개된 깜짝실적에도 불구하고 시간외 거래에서 폭락했다.
정규거래를 6.71% 상승세로 마감한 로빈훗은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마감가 대비 8.13% 폭락한 45.75달러로 추락했다.
폭발적인 매출 증가세가 올 하반기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로빈훗의 어두운 전망이 투매를 불렀다.
로빈훗에 따르면 가입자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지난해 2·4분기 330억달러에서 올 2·4분기에는 1020억달러로 205% 폭증했다. 3배 넘는 증가세다.
그러나 로빈훗은 가을철 거래 둔화와 업계 전반에 걸친 둔화세 여파로 3·4분기 매출은 이전 같은 증가세를 기록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