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왕좌 中에게 넘긴 LCD·배터리·휴대폰, 반도체도 '불안'
2021.08.22 14:37
수정 : 2021.08.22 15:16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산업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한국을 넘어서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 때 삼성전자 왕좌였던 유럽 시장에서 중국 샤오미가 스마트폰 판매 1위를 차지했고 액정표시장치(LCD), 배터리, 전기차, 철강, 수소에너지 등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모방이나 기술 탈취에서 시작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14억 인구라는 세계 최대 내수시장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국 세계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대체하는 원동력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중국 매체와 산업계에 따르면 우선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 자리를 대신한 분야는 LCD 패널이다. 이 산업 영역은 한 동안 한국 기업이 지배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달라진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본토의 LCD 패널 생산능력은 이미 2015년에 세계 시장의 23%를 차지했다. 2019년에는 46%까지 올라섰다. 중국 경제일보는 2년 후인 2023년에는 세계 점유율 60% 이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LCD업계의 선두주자 BOE(중국명 징동팡)는 지난해 4월 LCD 패널 글로벌 출하량의 27.3%를 확보하며 삼성전자를 뛰어넘었다. 같은 해 9월에는 중국 3위 업체 CEC판다를 인수해 옥사이드(산화물반도체) 기술까지 흡수했다.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이 기술을 활용한다.
배터리도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내어준 분야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한국 3대 배터리 회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4.9%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43.2%로 한국을 넘어섰다.
개별 기업의 세계 시장 장악력도 한국을 웃돈다. 중국 배터리 생산 업체인 CATL의 글로벌 점유율은 29.9%로 한국 기업보다 각각 수치가 높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점유율 역시 6.9%까지 치고 올라왔다.
휴대폰 시장도 위태롭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해 6월 삼성을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1위에 등극했다. 화웨이는 2분기 스마트워치·피트니스밴드 중심의 세계 웨어러블시장(무선이어폰 제외)에서도 21% 점유율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8%로 집계됐다.
이후 미국의 압박으로 화웨이가 주춤거렸지만 그 자리는 중국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이 나눠가졌고 올해 2분기에는 샤오미가 동유럽,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등 유럽에서 스마트폰 1위의 타이틀을 따냈다. 외신들은 유럽 내 최대 시장인 러시아에서 선전과 화웨이의 빈자리를 꿰찬 결과라고 진단했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샤오미 휴대폰 매출이 500억위안(약 9조원)에 불과했던 2015년, 삼성전자는 5000억위안의 매출을 올리며 오랫동안 왕의 자리를 지켜왔다”고 전했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과 매체들은 중국 기업의 다음 목표는 한국 반도체를 겨냥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올해 1~3월 기준 세계 낸드칩 시장 97.8%를 삼성전자 등 한국과 미국 업체 6곳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 낸드칩 시장에서 37%를 소비한다는 것은 장점이다. 중국 내에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나타날 경우 민족주의나 애국심, 정부 지원 등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장악력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매체는 칭화유니그룹 산하 반도체 기업인 창장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128단 3D낸드플레시 제품을 출하했다고 대만 디지타임즈는 지난 2일 보도했다. 128단 적층형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가 2019년 8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2분기 각각 양산에 들어간 기술이다.
다만 한국과 미국 기업이 절대적인 선두 자리를 지키고 기술 등에서도 격차가 크기 때문에 단기간에 반도체 기술 장벽을 허물기는 어려울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도 내다보고 있다 .jjw@fnnews.com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