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가 키운 명품시장… 한국만 나홀로 호황
2021.08.29 18:15
수정 : 2021.08.29 18:15기사원문
코로나19 여파로 불황이 길어지고 있으나 국내 명품 시장은 오히려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MZ세대는 밤 새워가며 줄을 서는 것은 물론 '오픈런'을 흔한 풍경으로 만들면서 명품 시장의 주력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29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125억420만달러, 약 15조원에 이른다. 미국, 중국 등에 이어 세계 7위 수준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전 세계 명품 매출이 19%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른바 '에루샤'로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이 지난해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모두 2조5000억원에 달한다.
명품 소비의 폭발적 증가세는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백화점 매출마저 끌어올렸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9.8% 감소했으나, 명품은 15.1% 증가하며 '나홀로' 호황을 나타냈다. 올해도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은 1월 21.9%, 2월 45.7%, 3월 89%, 4월 57.5% 등 가파른 성장세를 그렸다.
명품 호황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보복소비'로 명품을 사려는 이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여기에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떠오른 MZ세대의 '플렉스' 열풍도 한몫하고 있다. 이들은 명품을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테크'와 연결,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 등 신조어까지 등장할 만큼 명품 시장의 패러다임을 흔들어놨다.
실제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명품 매출에서 20대와 30대 구매 비중은 각각 10.9%, 39.8%로 집계됐다. 둘을 합치면 절반을 넘는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도 2030의 명품 구매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30%를 웃돌았다. 특히 20대의 명품 구매 증가세가 가팔랐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고객 연령대별 명품 매출 증가율을 보면 20대가 37.7%로, 30대(28.1%)와 40대(24.3%)를 앞질렀다. 업계는 오는 2025년 MZ세대 명품 매출 비중이 60%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명품 시장도 급성장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1조595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 늘었다. 전체 명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8.6%에서 2020년 10.6%로 커졌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의 라인업은 화려하다. SSG닷컴은 이탈리아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에 이어 하이엔드 명품 '피아제'를 입점시켰다. '파네라이'를 입점한 지난 7월 19일부터 8월 1일까지 2주간 SSG닷컴의 명품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1%가량 늘었다. 1000만원대 '루미노르' 시계도 판매됐다. 카카오커머스 역시 '티파니' '샤넬' '디올' 등이 선물하기 플랫폼에 들어왔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이 2020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롤렉스' '까르띠에' 등 명품 시계의 합산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예물시계로 인기가 많은 까르띠에는 106%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명품 시장은 무풍지대"라며 "MZ세대뿐만 아니라 10대까지 명품 주목도가 큰 만큼 (명품 열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