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탈레반 제안 거부하고 카불 넘겨줬다" WP
파이낸셜뉴스
2021.08.31 02:54
수정 : 2021.08.31 02: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장악해 치안을 책임질 수 있다는 제안을 탈레반으로부터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월 30일(이하 현지시간)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때문에 미군 지휘부가 소집돼 탈레반과 협상에 나서 합의을 이끌어냈다.
미 정부 소식통은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로부터 "2가지 옵션을 제안 받았다"면서 "당신들(미군)이 카불 치안을 책임지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카불 치안을 책임지도록 하라"는 것이 그 제안이었다고 전했다.
카불 통제권 제안을 수용할지 아니면 탈레반이 카불 치안을 책임지도록 할지를 놓고 미국은 후자를 택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8월 31일까지는 아프간 철수를 완료한다고 강조한 터라 카불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합의에 따라 미국은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되 미국이 8월 말까지 철수를 위해 한시적으로 카불공항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WP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전만 해도 8월 31일까지 카불을 점령할 생각이 없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아프간 정부가 계속해서 카불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둘 다 믿었다.
그러나 가니 대통령을 비롯해 일부 고위 관리들이 휴가를 떠난다고 하더니 실상은 국외 탈출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카불 사수' 약속은 공염불이 됐고, 카불은 빠르게 무정부 상태가 됐다.
가니가 아프간을 탈출한 뒤 무정부 상태가 된 카불을 누군가 개입해 치안을 확보해야 했지만 미국은 결국 탈레반에 그 임무를 맡긴 셈이었다.
WP는 무함마드 나시르 하카니 탈레반 사령관조차 상황 전개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카니 사령관과 탈레반 군 지휘부는 카불 경계에 머물며 탈레반 지도부의 지시를 기다렸고, 이튿날 1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카불에 진입해 도시를 점령했다.
하카니 사령관은 WP에 "카불 시내에서 군인이나 경찰관을 단 한 명도 못 봤다"고 말했다.
하카니는 "우리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면서 "너무도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전사들 대부분이 오열했다"면서 "우리 누구도 카불을 이렇게 빨리 점령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WP는 탈레반이 치안을 담당하면서 이슬람국가-호라산(IS-K)이 미군을 공격할 수 있었다면서 자살폭탄 테러와 총격으로 아프간인 최소 170명을 포함해 미군 1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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