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 중 정부 경영 간섭 받나..."지분인수 추진"
2021.09.04 05:45
수정 : 2021.09.04 05:45기사원문
중국 정부가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인 디디추싱의 경영에 간섭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시가 공기업 등을 동원해 주요 의사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의 지분인 이른바 '황금주(Golden Share)' 확보를 제안 한 것으로 전해졌다.
■ 공기업 컨소시엄이 황금주 지분 확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베이징시가 국영기업 컨소시엄을 통해 황금주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컨소시엄은 디디추싱 경쟁사가 주도하도록 돼 있다.
디디추싱 지분 확보는 중국 정부의 우려를 낮춰주는 방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 헤게모니 다툼 속에서 자국의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보유한 인터넷 기업들이 미국 주식 시장 상장을 통해 이 정보들을 외국에 흘릴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로 인터넷 기업들의 해외 주식시장 상장을 아예 전면 불허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손보고 있다는 보도 역시 나온 바 있다.
개인정보가 외국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 가운데 하나는 아예 회사 지분을 사들여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 니오·바이트댄스 등에도 써먹은 적 있어
해외 상장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아직 상장되지 않은 기업들이 대상인 반면 이미 상장된 기업들을 통제하려면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중국 정부는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지분을 확보한 적도 있고, 지난해에는 국영기업을 동원해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 지분을 일부 확보한 바 있다.
한 소식통은 미 주식시장에 상장한 니오의 지분을 국영기업이 일부 확보했던 것처럼 비슷한 방식을 통해 디디추싱 지배구조에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사면초가 디디추싱
디디추싱은 6월말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당국의 승인을 기반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44억달러짜리 상장을 강행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디디추싱은 당국의 집중 감시 대상에 올라 경쟁당국의 조사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조사에 직면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중국은 조사 기간 디디추싱을 주요 애플리케이션에서 삭제해 신규 회원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디디추싱은 현재 중국내 7개 부처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 차량공유 공기업과 합병 가능성도
소식통에 따르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베이징 시의 디디추싱 정부 지분 확보 방안이 실행되면 디디추싱 경쟁사로 규모가 더 작은 국영기업인 베이징 쇼치(首汽)그룹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쇼치그룹은 베이징관광그룹 산하 자회사로 베이징 시정부가 최대 지분을 소유한 지방공기업이다.
쇼치그룹의 차량공유 사업 부문 가입자 수는 1억명으로 약 5억명에 육박하는 디디추싱에 비해 규모가 크게 작다.
소식통은 쇼치그룹이 디디추싱 지분을 확보한 뒤 가입자를 공유하고, 서비스도 공동으로 제공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쇼치그룹의 차량공유 사업 부문을 디디추싱에 흡수시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 주식시장은 환호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디디추싱의 미 증권예탁원증서(ADR) 가격은 상장 이후 거의 반토막이 났다.
2일 종가는 8.81달러로 공모가 14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주가는 다시 올랐다.
3일 장중 7% 가까이 뛴 끝에 결국 0.21달러(2.38%) 급등한 9.02달러로 장을 마쳤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