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생활고·우울증…초1 아들 살해하려 한 20대 엄마 ‘눈물’

■ 재판부 “살아온 이력 써서 보내달라”

[제주=좌승훈 기자] 이혼 후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리다 8세 아들을 살해하려고 한 20대 어머니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장찬수)는 9일 살인미수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A(28)씨에 대한 첫 공판을 가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4차례에 걸쳐 제주시내 자택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들 B군의 목을 조르거나 흉기로 위협해 살해하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B군에게 “같이 천국 가자”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하지만 다행히 A씨가 범행할 때마다 B군이 극심하게 저항하면서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앞서 A씨는 경찰에서 “남편과 이혼한 뒤 생활고와 우울증으로 아들을 살해하고 나도 죽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전 남편으로부터 매달 양육비 50만원을 받았지만, 우울증이 심해 아들의 끼니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아들은 외할머니에게 “할머니 집에 데려가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고, 외할머니는 손자를 데려오면서 경찰에 학대 의심 신고를 해 범행이 알려졌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심신장애로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며 “정신감정을 받아 심신장애가 사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친할머니도 “애 엄마니까 형사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은 현재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다.

A씨는 이날 재판부가 “혐의를 인정하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하며 눈물을 흘렸다.

재판부는 A씨에게 “아이의 인생을 왜 피고인 스스로 판단하느냐. 모두에게 힘든 시절은 있다.

애를 마음대로 하려 하지 말라”고 나무랐다. 재판부는 자세한 사연을 듣기 위해 차후 기일까지 그동안 살아온 이력을 꼭 써서 보내달라는 당부도 했다.

A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은 오는 10월 15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다.

[e-mail]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