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이기는 자식' 온다...현대重 코스피 상장, 관전 포인트는
2021.09.16 16:01
수정 : 2021.09.16 16: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1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20년 만의 조선주 상장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될 경우 현대중공업 시가총액은 모회사와 지주사를 훌쩍 넘게 돼 상장 첫날 주가 흐름에도 관심이 모인다.
■20년 만의 조선주, 첫날 성적 '관심'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17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를 개시한다. 조선주가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건 지난 2001년 2월 대우조선해양 상장 이후 20년 만이다.
상장 직후 예상 시가총액은 공모가(6만원) 기준 약 5조3300억원으로,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다면 시총은 단숨에 10조6500억원까지 부풀어 '조선업 대장주'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 경우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물론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 시총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종가 기준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시총은 각각 5조5137억원, 8조3866억원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상장 첫날 주가 흐름을 긍정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상장 첫날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전체 주식 수의 9.6%인 853만8483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반투자자 물량 460만8003주, 기관투자자 미확약 물량 393만480주 등이다.
주식시장에서 유통될 물량이 적단 건 공급이 적을뿐더러 물량 대거 출회 가능성도 낮음을 의미한다. 앞서 코스피 상장 첫날 일명 '따상'(공모가 대비 160% 상승)을 기록한 SK바이오사이언스와 일진하이솔루스의 유통 가능 물량도 각각 전체 주식 수의 12%, 24% 수준으로 낮았다.
다만 외국 기관투자자 물량 비중이 첫날 유통 가능한 주식의 40%에 달하는 점은 주가 하락을 이끄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기관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외국기관 배정 물량의 1.2%에 불과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따'(공모가 두 배로 시초가 형성)에 성공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처럼 '따상'으로 이어질지 SKIET처럼 급락할진 확신할 수 없다"며 "하지만 업황 호조세나 지속적인 글로벌 1위 프리미엄 등이 예상된단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말 기준 현대중공업 공모가의 주가순자산비율(PBR·보유 자산 대비 주가)은 약 0.9배로, 업종 글로벌 피어(peer·동료) 그룹 평균인 1.12배 대비 20% 정도 낮다.
■할인 받는 한국조선해양, 탄탄한 '중간지주' 될까
현대중공업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에 대해선 주가 조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조선해양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데다 추후 다른 비상장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지분을 100% 소유했지만 현대중공업 상장과 동시에 한국조선해양의 지분은 79.7%로 20.3%포인트 줄게 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다른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도 내년께 상장을 앞두고 있다. 과거 한국조선해양이 가졌던, 현대중공업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서의 매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게다가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중공업 등 자회사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이기도 하다. 자회사들의 배당금이나 브랜드 사용료 등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이날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현대중공업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지난 5월 6일 대비 22.54%나 떨어졌다. 특히 연기금은 지난 8월 5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 반 동안 단 하루를 제외하곤 연일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지주사 할인' 악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성장 계획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향후 그룹 차원의 수소사업에서 해상풍력, 수전해 등 연구개발 및 투자 등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동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자회사 상장은 부담 요인"이라며 한국조선해양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6.7% 하향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론 조선해양 분야의 연구개발, 인수합병, 신재생 사업 등을 이끌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jo@fnnews.com 조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