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만에 풀린 이상의 시 '건축무한육면각체'

      2021.09.23 11:04   수정 : 2021.09.23 11: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인 박사과정생이 천재 시인 이상의 난해시 '삼차각설계도'와 '건축무한육면각체'가 4차원 공간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혀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2020년 졸업생 오상현씨와 이수정 교수가 4차원 기하학을 이용해 시인 이상의 수수께끼같은 시를 90년만에 풀었다고 23일 밝혔다.

오상현 씨는 "삼차각과 육면각은 모두 4차원에서의 각도이지만 삼차각은 한 점, 그리고 육면각은 어떠한 각도 영역을 지칭하기 위한 단어"라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와 오상현씨는 시인 이상의 시 해석을 한국어문학국제학술포럼이 발행하는 '한국문화저널(Journal of Korean Culture)' 54호를 통해 발표했다.

'삼차각설계도'와 '건축무한육면각체'는 서로 연관된 시다.
오상현 씨는 "삼차각설계도는 4차원 시공간에서의 설계, 건축무한육면각체는 4차원 시공간에서의 건축"이라고 말했다.

또 두 시 제목 이외에도 시구의 의미도 풀어냈다.

삼차각설계도-선에관한각서1의 초반부에는 검은 점 100개로 시작한다. 그 다음 다른 문장들이 조금 나온 후 스펙트럼 그리고 축X, 축Y, 축Z가 쓰여있다.

검은 점들은 가로와 세로가 존재하는 2차원이다. 3개의 축은 3차원 공간을 뜻한다. 연구진은 스펙트럼에서 3차원 공간이라는 힌트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할로겐 램프와 형광등, LED의 스펙트럼을 예로 들었다. 스펙트럼은 빛을 파장별로 분해해서 각 파장의 세기를 보여주는 장치다. 즉 한 색깔의 빛이 들어오더라도 그 빛이 실제로 어떠한 파장으로 이뤄져 있는지 분해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오상현 씨는 "시에 나와있는 검은 점들을 다양한 색깔의 빛이 들어 있다고 가정한다면 각 색깔 점의 스펙트럼을 측정해서 그것을 3차원 공간에 나열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첫번째 작품인 'AU MAGASIN DE NOUVEAUTES'의 첫 문장도 단순하지만 4차원을 뜻한다.

첫번째 줄에는 '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 의중의 사각'이 쓰여 있다.

기존 해석에서는 '사각의중의사각'이 큰 사각형 안에 있는 작은 사각형 정도로 해석하곤 했다. 그러나 3차원 공간으로 확장시킨다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오상현 씨는 "한 사각형이 다른 사각형의 중심선을 관통하고, 또 다른 사각형이 관통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4차원까지 확장된다"고 말했다.

오 씨가 이렇게 해석한 결정적인 이유는 투상도법이다. 투상도법은 건축가들이 설계도를 그릴때 기준면을 잡는 대표적인 면이기 때문이다.


오상현 씨는 "양쪽에 분명한 띄어쓰기가 되어 있는 '의중의'는 기존의 '의중의'와는 다른 의미이며, 전체적 의미는 4차원 공간상에 존재하는 사각형"이라고 설명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