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 美파운드리공장' 첫삽 뜬 인텔… 반도체 패권경쟁 가열
2021.09.26 17:57
수정 : 2021.09.26 17:57기사원문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위치한 오코틸로 캠퍼스에서 열린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에서 "200억달러 규모의 생산능력 확대로, 40년간 애리조나에 대한 총 투자액은 500억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며 "미국 거점의 유일한 첨단 반도체 업체로서 장기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미국이 반도체 리더십을 되찾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인텔이 애리조나 공장 신설 및 뉴멕시코주 공장 확대 계획을 발표한 지 6개월여 만에 공장이 착공에 들어간 것이다. 2024년 완공되면 인텔의 오코틸로 캠퍼스 내 팹(반도체 공장)은 6개로 늘어난다. 인텔은 10년간 유럽에 최대 800억유로(약 110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2곳 신설 계획을 내놓는 등 파운드리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TSMC·삼성전자를 합해 70%가 넘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대폭 늘린다는 구상이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 IBM, 퀄컴 등 미국 기업들과 파운드리 분야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파운드리 양강인 TSMC·삼성전자도 투자 이행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생산 확대를 위해 3년간 1000억달러(약 113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360억달러(약 42조원)를 투입해 미 애리조나주에 6개의 생산라인을 증설할 예정이다. 미국 내 170억달러(약 20조원) 투자를 확정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제2공장 부지를 최종 선정이 임박한 상태다.
자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거센 압박도 삼성전자에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이 주재한 반도체칩 부족 사태 관련 화상회의에서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에 대해 '45일 내, 11월 초까지' 재고·주문·판매 등 반도체 관련 정보가 담긴 설문지 제출을 요구했다. 미 정부 주도의 반도체 대책 회의는 올해만 3차례다. 삼성전자는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화상으로 참석했다.
전 세계 반도체 부족 사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자발적' 제출을 강조했지만, 비협조 시 냉전 시대 만들어진 군수법인 '국방물자생산법'(DPA)까지 동원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해 사실상 기업의 극비 정보 제출을 강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미 정부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기업들 중 하나일 뿐"이라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말을 아끼고 있다.
반도체 관련 정보는 기업의 실적, 미래 사업 전략 등과 직결되는 영업기밀이다. 외부에 노출될 경우 고객사와 가격 협상 등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TSMC는 회의 후 반도체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을 언급하는 등 각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 자국 기업들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기밀 정보가 인텔 등 미국 경쟁사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핵심 먹거리인 반도체산업에서 자국 우선주의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리나라도 파격적 지원과 규제 완화 등으로 기업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