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사불벌죄' 스토킹처벌법, 피해자 보호 제대로 될까

      2021.10.20 17:48   수정 : 2021.10.20 17:48기사원문
'스토킹'을 범죄로 보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스토킹처벌법'이 오는 21일부터 시행된다. 22년만에 이뤄지는 기념비적인 법 시행이지만 피해자 보호차원에서 구멍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 스토킹,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20일 여성단체 등에 따르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스토킹처벌법'은 지난 1999년 처음 발의돼 올해 초 22년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당초 스토킹 범죄는 경범죄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돼 범칙금 8만원에 그쳐 처벌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스토킹으로 시작된 범죄는 상해, 살인, 성폭력 같은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지난 3월 발생한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김태현 사건)'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게임으로 만난 여성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며 평소 대화 중 알아낸 여성의 주거지로 찾아가 해당 여성과 여동생, 어머니 등 일가족을 살해한 사건이다. 스토킹처벌법은 이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에도 인터넷 방송BJ A씨의 팬이던 30대 남성이 방송에서 강퇴를 당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A씨의 어머니가 일하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아가 살해한 바 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 주거 등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 그림, 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보내는 행위 △ 주거지 등 부근에 놓여진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 등은 스토킹에 해당된다.

■ "피해자 보호 제대로 이뤄질지…"

스토킹처벌법 시행으로 경범죄 대비 강력한 처벌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또 경찰은 직권 또는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가해자에게 피해자 100m 이내 접근금지나 전화금지 등의 긴급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이 응분의 처벌과 피해자 보호에 제대로 작용할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반의사불벌 조항'을 가장 큰 한계로 꼽는다.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 소장은 "스토킹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강력범죄가 되는 상태인데 피해자에게 처벌 의사를 묻는 것은 피해자에게 오히려 피해 책임을 묻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접근금지를 한다 해도 실질적인 접근을 차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피해자가 요청하면 안전한 시설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긴급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경찰이 현장 집행력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학대예방경찰관 제도와 연계해서 진행할 거라고 했는데 사실 지금 해당 제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스토킹 범죄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가정폭력학대 등 여러 가지 학대 업무를 같이 보게 될 텐데 실질적으로 이 업무를 보기 위한 인력이 얼마나 배치될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간 한국 사회가 스토킹을 비롯한 비슷한 유형의 범죄들을 대해 온 태도에서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제까지 가정폭력 같은 경우를 보면 처벌을 잘 하지 않고 현장 출동이나 응급 조치 등도 미흡했다"며 "스토킹처벌법도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의구심이 아직은 많다"고 전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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