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통화 나흘만에 美와 대중국 견제 내놓은 마크롱

      2021.10.30 10:58   수정 : 2021.10.30 10:58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 창설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에 대해 사과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대중국 견제에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커스 등을 놓고 벌어진 미국·프랑스 사이에 끼어들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를 한지 불과 나흘 만이다.

30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로마를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오커스 창설과 관련해 “우리가 한 일은 어설펐다”면서 “품위 있게 처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오커스 창설과 핵 추진 잠수함 보유 지원에 대해 프랑스가 격하게 반발하자, 갈등을 봉합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공개 사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미국에 프랑스만큼 오래되고 충실한 동맹이 없다.
프랑스는 극도로, 극도로 소중한 파트너”며 “프랑스가 오커스 진행 상황에 대해 진작부터 고지 받은 줄로 알았다”고 해명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오커스 갈등 이후 대면 회담을 한 건 처음이다. 지난 9월 15일 미국이 영국, 호주와 오커스를 창설하고 대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자 프랑스는 미국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며 격하게 항의했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호주에 핵잠수함 보유 지원을 공개 천명하면서 호주와 맺었던 프랑스의 잠수함 건조 계약이 어그러진 탓이다.

프랑스는 일방적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떠오른다고까지 비난했다. 이로 인해 G20 정상회의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의 대면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양국은 정상회담 후 양국의 오랜 동맹관계를 부각하고 각 분야에서의 협력을 다짐하는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을 통해 회담에서 중국과 러시아, 에너지, 핵문제 등이 논의됐다며 “양 정상이 중국의 부상에 따른 도전에 대한 논의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성명에 중국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으나 ‘미국은 인도태평양 파트너로서 프랑스의 지속적인 역할을 환영한다’와 같이 인도태평양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표현이 다수 들어갔다.

공동성명은 “프랑스와 다른 유럽국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공군력 및 해상 배치 전력을 증강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러한 배치에 대한 지원과 물리적 기여를 확대할 생각”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6일 마크롱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프랑스 끌어안기 전략을 펼쳤다.
오커스 합의로 틀어진 미국과 중국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는 속내가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의 통화는 오커스 체결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은 “두 정상이 시기적절한 소통과 조율을 유지하면 양국과 세계정세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고위급 소통과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와 신뢰를 높이자”고 제안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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