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감자튀김 먹으면서 넷플릭스 보고싶다"

      2021.11.22 10:08   수정 : 2021.11.22 10: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당장 도쿄 올림픽으로 돌아가고 싶다."
고진영(26·솔레어)의 아쉬움이다. 고진영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에서 우승했다.

그러면서 롤렉스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다승왕을 확정 지었다.

특히 대회 마지막날 10년만에 라이프 베스트인 9언더파를 몰아치는 무서운 뒷심을 보인 것에 스스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넬리 코르다(미국), 하타오카 나사(일본), 셀린 부티에(프랑스)와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가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고진영은 전반에만 6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경기를 마친 뒤 고진영은 "마지막 18번홀 그린에서 하타오카와 2타차라는 걸 알았다. 하타오카가 버디를 잡아도 내가 2퍼트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진영의 우승은 고질적인 손목 통증을 극복하고 거둔 것이어서 더욱 값졌다. 그는 "월, 화요일에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손목 통증이 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흘간 플레이를 아주 잘했다. 내가 샷과 퍼팅을 이렇게 잘했는지 정말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우승 원동력을 퍼트로 꼽았다. 그는 "공동 선두가 4명인데다 추격자 중에서도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 전반 9개 홀에서 최대한 많은 버디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12, 13번홀까지는 스코어보드를 보지 않고 내 플레이에만 집중했다. 어제부터 퍼팅감이 정말 좋았다. 첫 홀에서 먼 거리 버디를 잡으면서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뒤돌아 보았다.

경쟁자인 넬리에 대한 미안함도 나타냈다. 고진영은 "넬리도 올 시즌 정말 잘했다. 올림픽 금메달에다 시즌 4승을 거뒀다"면서 "넬리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그보다 운이 조금 더 좋아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고진영은 손목 통증과 할머니의 별세라는 실의에 빠져 금메달이 목표였던 도쿄 올림픽에서는 공동 9위에 그쳤다. 고진영은 "5~7월 손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 특히 도쿄 올림픽 때는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도쿄 올림픽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승을 합작한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영국)에 대한 고마움도 나타냈다. 고진영은 "1라운드 11번 홀에서 손목이 너무 아파 울면서 티박스에서 세컨샷 지점으로 걸어가는데, 나를 걱정한 캐디가 'This is no point. You can withdraw(이 한 대회가 중요한 것이 아니니 기권해도 괜찮다)'라고 했다. 아팠지만 그렇다고 기권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동안 LPGA투어에 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훌륭한 캐디, 매니저 등 나의 팀이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들이 나의 훌륭한 동기부여다"고 팀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순간의 대처방법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고진영은 "정말 슬플 때는 많이 울기도 울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대로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골프가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자연의 이치처럼 물 흘러가는 대로 그 상황에 맞춰서 후회없이 원없이 내 자신에서 솔직했다. 감정을 속이지 않고 솔직하게 모든 것을 다 한 것 같다"고 했다.

조만간 귀국 예정인 고진영은 "당분간은 골프채를 멀리 놓고 골프 생각을 안할 것이다. 배 위에 감자 튀김을 올려놓고 넷플릭스를 보고 싶다"면서 "우승 상금 150만 달러(약 17억8000만원)는 저축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서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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