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500일’ 이동걸의 원칙, ‘시장형 구조조정’ 이끌었다
2021.12.21 18:20
수정 : 2021.12.21 18:20기사원문
■원칙으로 이끈 '시장형 구조조정'
이 회장은 이전 산은 수장과는 달랐다. 그가 산업은행을 이끈 후 기업 구조조정은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채권단 위주의 구조조정이 아닌 시장 차원의 구조조정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특히 이동걸 회장은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정상화라는 3가지 원칙을 구조조정에 엄격하게 조정했다. 그 결과 금호타이어, 한국GM, HMM, 대우건설 정상화 과정을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취임 첫해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중국 더블스타의 유상증자 참여를 추진했다. 이동걸 회장은 이 과정에서 노조 등 이해관계자를 직접 설득해 이듬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한국GM의 경영정상화 과정에선 "퍼주기식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수차례 미국 GM 본사측 경영진을 만나 직접 협상을 지휘했다. 그 결과 GM측의 10년 체류와 투자 확대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대우건설매각과정은 기존 채권 금융기관 중심 구조조정을 시장형 구조조정으로 바꾸는 전환점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은은 시장형 구조조정기업 전담기관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대우건설 주식을 이관했다. 이후 최근 중흥건설과 주식매매 본계약 체결에 성공해 구조조정기업 민영화의 성공모델을 만들었다.
코로나19로 기업이 어려운 시기에는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5월엔 국내 주요 산업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산업은행에 설치했다. 총 40조원 규모로 조성된 기안기금은 유동성 위기가 커졌단 아시아나 항공 앞에 2조4000억원의 기금을 지원했고,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에도 총 1821억원의 운영자금을 지원했다.
■해외 벤처 투자 발판 역할
이 회장은 해외 벤처투자에도 공을 들였다. 아예 그는 지난달 실리콘밸리VC를 열었다. 그가 개소식에 직접 참석하는 열정도 보였다. 산은이 개설한 실리콘밸리VC는 앞으로 국내와 해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벤처투자자를 지원하고,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하는 발판 역할을 하도록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이 회장은 취임이래 "벤처 투자 펀드 1조원을 모아오는 분에게 부행장 시켜주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로 벤처투자에 열의를 보여왔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국내 최초로 지분형 신속투자상품을 출시한데 이어 최근엔 유망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한 스케일업 금융전략을 펴고 있다. 지분형 신속투자상품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조건부 지분인수 계약을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한 것이다. 유망 스타트업에 가치평가 없이 신속하게 자금을 넣고, 후속투자 유치지 가치평가에 따라 주식 발행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산은은 지난달까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1000억원), 비바리퍼블리카(1000억원) 등 139개사에 1조6000억원의 신규 투자와 융자를 승인했다.
산은은 이밖에도 지난 2019년부터 결성한 벤처투자협의체 '메가 7 클럽'을 운영중이다. 이른바 '한국형 비전펀드'로 불리는 메가 7 클럽은 산업은행이 중심이 돼 한국투자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KTB네트워크, IMM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 등 국내 굴지의 VC가 참여중이다.
이 회장은 "국내 스타트업이 성장한 후 해외 투자자가 성과를 가져가는 것은 해당 투자자들이 성장 가능성을 보고 초기부터 국내 업체에 과감한 투자를 해온 결과"라며 "정책금융기관 또한 스타트업 초기 성장 지원에서 벗어나 배포 있는 스케일업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