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부족에 사생활 침해까지… '보호받지 못하는' 요양보호사
2021.12.23 18:18
수정 : 2021.12.23 18:18기사원문
코로나19 이후 2년 간 노동 강도는 높아졌지만 인력 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사생활 침해까지 발생했다. 내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돌봄 노동자들에 대한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폭증하면서 요양보호사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지난 9일 발표한 '코로나 재난시기 요양서비스노동자 고충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요양보호사 273명 가운데 84%가 '인력 감소로 인해 노동 강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45.8%가 '시설 측에 퇴근 후 동선보고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은 인력 부족으로 장기간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다.
서울 노원구 소재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김숙씨(54)는 "이달 초 함께 근무하던 요양보호사들 몇 명이 확진되면서 인력 부족이 더 심화됐지만 요양원 측에선 충원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평소에도 3~4명의 요양보호사가 어르신 24명을 돌봤는데, 이번 확진건으로 요양보호사 2명이 24시간 동안 돌봐야 했다. 일이 끝나고 난 다음날에는 '초죽음'이 된다"고 했다.
부족한 인력 탓에 업무가 가중돼 젊은 요양보호사들의 '줄퇴사'도 잇따른다. 경기도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A씨는 "이달 초 입사하셨던 분들이 '업무 강도가 힘들다'며 연속으로 일을 그만두셨다. 결국 남는 분들은 일을 그만두면 (나이가 많아) 받아줄 곳이 없는 60대 이상 요양보호사들"이라며 "일 특성상 힘을 써야 할 때가 많은데 고령에 피로까지 누적되니 힘들다고 하신다"고 토로했다.
요양보호사들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한 사생활 제재의 수준이 지나치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같은 시설에서 근무하던 동료가 확진됐을 당시 확진 경로 보고를 늦게 했다는 이유로 급여의 70%가 삭감되는 일이 있었다"며 "하다못해 휴가 때도 어디를 누구와 방문했는지 매일 시설에 보고한다. 혹여나 회사에서 문책을 들을까 겁이 나 집과 요양원을 반복한 것이 벌써 2년"이라고 했다.
전 사무처장은 "이미 부스터샷까지 접종 완료했지만 최대 주 3회 코로나 PCR 검사에, 쉬는 날에는 자가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다. 사실상 주 7일 하는 셈"이라며 "코로나 검사 결과 대기시간을 근무로 인정받고 있단 응답자는 전체 7%에 불과했다. 잦은 PCR 검사에 인후통을 호소하는게 일상이 됐다"고 했다.
이어 "한 선생님은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날 연차 휴가로 사정이 있어 그 다음날 검사를 받고 결과를 제출했는데, 하루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시말서를 쓰기도 했다"며 "하다못해 의사·간호사들도 이렇게까진 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사회적 보호망 마련을 통해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부담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요양보호사 김씨는 "인력 부족으로 요양보호사들의 피로 누적도가 쌓이면 결국 그 피해는 어르신들에게로 돌아간다"며 "하루 빨리 인력 충원이 진행돼 어르신들이 좋은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