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분열 노린 정략적 판단" vs. "與 지지기반 이탈할 수도"
2021.12.26 18:12
수정 : 2021.12.26 20:35기사원문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22년의 징역형을 받고 수감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 결정으로 오는 31일 0시 석방된다. 대통령 선거를 두달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이뤄진 반대진영 전직 대통령 사면을 놓고 정치적 의미와 파장에 대한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 보수 분열을 노린 문 대통령의 정략적 판단이란 평가도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따른 영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 시국에서 이뤄진 박근혜 사면의 정치적 의미는.
▲장성철=의도가 있는것 같다. 대선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보수 분열에 먹잇감을 던져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건강상 문제가 크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현시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큰 사면을 꺼냈다는 것 자체가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란 생각이다. 윤석열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기소하고 감옥 보낸 것으로 봐야 하니, 그 부분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게 되면 그게 윤 후보에게 긍정적이진 않을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야권의 분열과 윤석열 후보에게 마이너스 영향을 끼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이 내포된 것 같다.
▲배종찬=표면적으로는 정치사회적 통합이다. 박근혜 사면은 줄기차게 보수진영에서 요구된 것이니까.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이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사면이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내년 3월 9일 이후로는 대통령 사면을 시도했다가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번 사면은 표면적으로는 정치사회적 통합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진보인사에 대한 정치적 배려다. 한명숙 전 총리 복권은 검찰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사항인데도 이뤄졌다는 것은 진보진영에 대한 정치적인 배려다.
▲이준한=사회갈등이 너무 심하고 정치적 양극화가 굉장히 강해 사회적·정치적인 통합이 좀 필요하다는 말을 그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 외 의미를 찾거나 해석하거나 이럴 필요가 없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이번 사면으로 정치적으로 크게 이득 볼 게 없다. 대통령 탄핵만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창피한데 특별사면에 따른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도 창피한 노릇이다. 자기들이 잘 해서 선거에 이길 생각은 안하고, 하필이면 이때 사면돼 우리가 이로울까 불리할까 고민하는 것은 한국 정치 수준을 퇴보시키는 언행이라고 본다.
―박근혜 사면이 이재명 후보에게 미칠 영향은. 일각에선 중도층 확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만큼 강한 타격은 받지 않을 것이다. 강(强)타격은 윤석열, 약(弱)타격은 이재명이다. 이재명으로선 정권 차별화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해 정치적·이념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호남, 40대, 화이트칼라, 진보층 일부가 이탈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이재명 지지기반에도 부분적 타격은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한명숙 복권,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면과 같이 진보진영에 대한 배려가 있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사면은 진보층의 불만을 최소화하려는 정치적 배려와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겠다.
▲장=중도 확장은 안될 것이다. 이재명 후보나 민주당 지지층은 왜 사면해주느냐고 할 텐데, 이건 그들에게 그렇게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 만약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게 한 사람이란 낙인이 찍혀 있으니까.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그렇게 큰 감정이 없을 것 같다.
▲이=박근혜 탄핵 때도 찬반이 있듯이 이번 특별사면으로도 의견이 많이들 엇갈릴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의 특별한 고유권한으로서 다른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임기 말에 이러한 사면을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해를 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보수 분열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윤석열 후보의 입장이 애매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이=그것은 당연한 거다. 윤 후보 자기가 박 전 대통령을 잡아 자기가 수사하고 자기가 감옥에 처넣었다. 그런 사람이 차기 대선 후보로 나왔다. 박근혜 이슈가 가라앉아 레이더망에 포착이 안 되기를 희망하고 있을 텐데 이번 특별사면으로 '박근혜 잡아넣었던 사람이 우리 대통령 후보였네'라고 자각하게 된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아마 정체성이 헷갈릴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윤석열 후보 입장에선 마냥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배=윤석열 후보에게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다. 하나는 지지층의 혼란, 혼선 유발이다. 윤석열 후보한테는 박근혜와 관련된 탄핵의 강이 재조명된다. 그래서 TK(대구경북), 60대 이상, 또 보수층에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정치적 충돌현상이 내부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장=상대 당이나 박근혜를 강하게 지지하는 쪽에선 윤 후보를 공격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만약 제가 여당에 있어도 이걸로 슬쩍 한마디 두마디씩 던지게 되면 윤 후보가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재기 가능성은 있을까.
▲장=없다. 건강도 좋지 않고, 그분이 정치 재기를 하려면 말의 영향력과 정치적인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이제 지역적인 기반이나 팬덤층도 많이 없어진 것 같다. 그래서 재기하기가 어렵다. 그분이 정치를 재기한다고 해서 따라갈 만한 정치인들도 없을 것이다.
▲이=국가적으로 정치 양극화를 가장 심화시킨 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었다. 박근혜 탄핵으로 이 사회가 쪼개졌는데, 그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신은 좀 억울한 게 있겠지만 조금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게 정치적으로 명예회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활동을 재개하면 정치 양극화 갈등지수가 최악으로 갈 것이다. 특별사면으로 나온 전직 대통령이 과연 그렇게 할까.
▲배=가능성은 없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후광 효과인데, 이번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박근혜 전직 대통령이든 현직 대통령이든 대통령이라는 인물, 선거에 나서는 인물은 세가지 요소가 있는데 '지.세.리'다. 지역, 세대, 이념 기반인데 박근혜는 지역과 세대 기반은 거의 무너졌고, 이념에서도 보수 전반 또는 국민의힘 지지층 전반을 다 흔들 정도는 아니다. 윤 후보가 정권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2027년에 치러질 차차기 대선에 대한 영향력은 큰 폭으로 확대될 수 있다. 사실상 보수진영 내의 구심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