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대혼선… 법무법인 달려가는 기업

      2021.12.26 18:18   수정 : 2021.12.26 18:18기사원문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와 기업 모두 대혼선이 예고되고 있다.

사회적 합의 과정을 일사천리로 몰아붙여 진행된 탓에 기업들은 현장 안전대비책은 뒷전인 채 법무법인 컨설팅에 매달려 사후대책에 골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 시행을 준비 중인 정부도 전담조직 신설 기간이 짧아 시행착오가 우려된다.

특히 올해 산재사고 사망자를 700명대 초반으로 줄이겠다던 정부 목표 달성도 실패해 법 시행 첫해부터 대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산재사고 사망자는 820명대로 잠정 집계될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지만 정부가 올해 감축 목표치로 제시한 705명은 넘어선 것이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매년 1000명 가까이 발생하는 산재사고 사망자를 임기 내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2017년 964명이던 산재사고 사망자를 2022년 505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2019년 855명까지 감소한 산재사고 사망자가 지난해 882명으로 27명 증가하자 정부는 올해 목표치를 당초 616명에서 705명으로 수정했는데, 결국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했다.

다만 정부는 산재승인 기준이 아닌 사고발생 기준으로 내부 모니터링 중인 산재사망사고 발생은 올해 하반기 이후 계속 감소해 700명대 초반까지 줄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추세로는 900명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7월부터 장관까지 직접 현장에 나가 대대적인 점검을 벌인 게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이 확인되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산재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기업이 현장과 노동자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업들은 안전보건체계 마련보다 처벌 회피에 초점을 맞춰 법무법인으로 달려가 조언을 구하고 있다.

박찬근 화우 인사노동담당 변호사는 "현재 개인을 특정해서 과도한 실형을 지우는 법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시행까지 한달여가 남은 지금 뒤늦게 컨설팅을 요청하는 기업들도 많다"고 전했다.

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면 안전에 투자하고 신경써야 하는데 그런 쪽보다는 모든 기업이 법무법인으로 달려가고 있다"며 "법 시행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고용노동부에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출범했지만 불과 6개월밖에 안됐다"면서 "인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한 번도 산업안전을 해보지 않았던 사람도 많이 투입돼 시행 초기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권준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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