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알리미' 서경덕 "아시아 문화 중심 한국으로 이동…중국 위기감 느껴"
2022.01.16 05:01
수정 : 2022.01.16 05:01기사원문
"거세진 문화 동북공정, 한국 잘 나가서 그런 것"
바이두, 윤동주, 이봉창, 윤봉길 등 중국·조선족으로 소개
"가만 내버려두면 왜곡해도 된다 착각...정정당당하게 대응해야"
"中누리꾼, 딸 사진 테러하기도…그래도 보람"
"올해 독도에서 대형 드론쇼 예정…전세계 알릴 것"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아시아 문화의 중심이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세계인들이 아시아 문화 하면 중국을 떠올렸지만 이젠 한국이 아시아 대표가 되고 있죠. 오징어게임, 기생충, 미나리, 케이팝 등 세계인들이 한국 문화에 꽂혀 있으니 그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알리미'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치, 한복, 한식 등 중국의 거세진 문화 동북공정에 대해 "한국이 잘 나가서 그렇다"며 "잘못된 애국주의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오랫동안 전쟁을 해오다 보니 한 가지 확실해진 게 있습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왜곡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것이지요. 일부 네티즌의 잘못된 행동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실제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은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공공연히 김치와 한복의 중국 기원설을 보도하고, 중국 대사는 지난해 초 김치를 홍보하는 SNS를 올렸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윤동주, 이봉창, 윤봉길 등 민족투사들의 국적을 중국 또는 조선족으로 소개한다.
서 교수는 "중국 대사가 뜬금없이 김치 사진을 올렸는데 그 계정은 개인 개정이 아닌 중국 정부 계정이다. 바이두 역시 많은 것을 왜곡하고 있는데 바이두는 우리나라 네이버, 다음과는 달리 중국 정부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며 "일부 중국 네티즌들의 막가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냥 분노만 하고 말 것이 아니예요. 무엇을 왜곡했는지, 뭐가 잘못됐는지 제대로 지적을 해야 하죠. 계속적으로 대응을 해야 해요."
당장 다음달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 홍보영상에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인 '한복'과 '상모돌리기'가 마치 중국의 것인양 등장한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이 무관중이긴 하지만 전 세계 언론들이 들어올텐데 그들에게 정확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메시지를 뿌려야 한다"며 "개막식에 잘못된 장면이 나올 경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전 세계 주요 외신에 보도자료를 통해 올바르게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천을 예고한 '사도광산' 문제도 주목하고 있다. 사도광산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제가 조선인 1200여명을 강제동원한 곳이지만, 일본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후보 신청 대상 기간을 근대 이전인 에도 시대로 한정해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회피하려 한다는 해석을 낳았다.
서 교수는 "우리는 군함도 사례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일본은 안내센터에 조선인 강제노역을 알리는 설명을 넣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강제노역의 역사를 물타기하려는 것이다. 그런 역사 왜곡의 장소를 세계유산으로 만들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일본이 유네스코에 신청하면 바로 사도광산이 어떤 곳인지를 알 수 있는 자료집을 만들어 유네스코에 보낼 계획이다.
올 상반기 독도에서 초대형 드론쇼도 준비 중이다. 그는 "독도 동도와 서도 사이에서 초대형 드론쇼를 펼칠 예정"이라며 "영상에 '독도 오브 코리아'라는 문구만 삽입해도 전 세계인들이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것 아닌가. 드론 업체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고 규모도 크게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지금이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알릴 적기라는 설명이다.
"지금은 말 그대로 최고의 시기입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했고, 그 뒤에 '지옥'도 흥행했어요. 우리나라는 플랫폼 활용에 있어 훌륭한 나라죠. 지금 같은 시기 더 열심히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역사 왜곡에 관련된 부분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특히 '한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만큼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 교수는 "오징어게임을 보고 이정재 팬이 된 사람은 이정재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알고 싶을 것"이라며 "한국 콘텐츠가 뜨니 외국인들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 다음엔 언어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럴 때 주변국들의 역사 왜곡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논란이 됐던 SBS '조선구마사', tvN '빈센조' 등은 뼈아팠다고 지적했다.
"물론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 중국 자본력은 무시 못하죠. 그래도 구분할 줄은 알아야 해요. 이제 우리가 만든 작품은 전 세계가 보니까 제작자들은 책임감을 갖고 그런 부분을 좀 더 신경써서 제작해야 합니다. 좀 더 조심하면 우리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잖아요."
해외 박물관 및 미술관과 독립운동 유적지에 한국어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업을 10년 이상 같이 해온 배우 송혜교와는 올해도 꾸준히 함께 한다. 지금까지 함께 한국어 서비스를 넣은 곳은 30여곳에 이른다.
"혜교씨와는 지금 햇수로 11년째 됐네요. 우연찮게 식사 자리에 동석을 하게 됐는데 먼저 다가와서 제 활동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올해는 유럽 쪽을 뚫어보려고 해요. 이런 일을 꾸준히 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닌데, 훌륭한 분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프로그램이지만 MBC '무한도전'도 언급했다. 그는 "무도가 폐지되고 나서도 김태호 PD와는 의미있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정준하형도 막걸리 관련 내레이션 재능 기부를 해줬다"며 "유재석형도 문자 등을 통해 너무 많은 칭찬을 주신다. 무도 멤버들과는 꾸준히 연락하고 좋은 활동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28년째 한국 홍보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간 중국, 일본 등과 전쟁하며 힘든 일은 없었을까.
"집단적으로 SNS를 테러하는 누리꾼들이 있어요. 제 이메일도 공개돼 있는데 메일이 엄청 쏟아지죠. 제가 불편한 건 괜찮은데 저뿐 아니라 가족까지 그럴 때가 있어요. 간혹 제가 SNS에 제 딸 사진을 올리는데 그 사진을 갖고 장난치는 일도 있더라구요. 그럴 땐 정말 힘들었죠."
그럼에도 하나하나 바뀌어나가는 모습에 힘을 얻고 있다. 그는 "당연히 그만둘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변화하는 모습에 굉장히 재미있다"며 "과거 뉴욕타임스에 '일본해'를 '동해'로 바로잡는 광고를 넣기 위해 6개월을 싸웠다. 광고가 나가고 나서 전 세계에 큰 메시지를 전달했고, 그 뒤 워싱턴포스트지는 어렵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힘들어도 잘 버티고 나면 나중에 변화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변화가 없으면 나가떨어졌겠죠. 하면 할수록 변화가 일어나고, 늘 피부로 느끼게 되고, 이젠 재미가 있는거죠. 덕분에 지금까지 꾸준히 할 수 있었어요."
스마트폰의 활성화로 서 교수는 전 세계에 특파원이 많이 생겼다. 전 세계 누리꾼들이 SNS를 통해 잘못된 것들을 제보해주고 왜곡된 사실에도 대응해 나간다.
"유럽에서 축구를 보는데 욱일기 응원이 나오고, 어떤 미술관, 박물관 동아시아 섹션에 동해가 일본해로 되어 있더라 이런 제보가 많이 와요. 과거에는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컴퓨터에 연결해서 이메일로 보내는, 몇 단계를 거쳤으면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한 번에 SNS 디엠으로 보내잖아요. 너무나 간편해졌죠."
특히 과거에는 잘못된 점을 제보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젠 시정해 '비포-애프터'를 공유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어떤 스시집이 생겼는데 욱일기로 장식을 했다더라. 그걸 주인에게 얘기해서 바꿨다는 글이 올라온 적 있다"며 "이렇게 사람들이 행동으로 옮겨나간다는 것이 굉장히 큰 변화다. 누구나 잘못된 걸 고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소위 'MZ세대'라 하는 젊은 층이 생각보다 한국의 문화, 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또 관심이 많은 부분을 그냥 분노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에 옮기죠. 이런 2030들을 주변에서 많이 만나는데, 이들을 어떻게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느냐가 4050들이 앞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서 교수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건 뭘까. 그는 이제 한국을 알리는 것을 넘어서 한국인들만의 생활문화를 전 세계 생활문화로 정착시키고 싶다는 바람이다.
"작년 가을에 뉴욕타임스 SNS에 간장계란밥이 올라왔어요. 그건 사실 한식당에 가도 없는 메뉴잖아요. 예를 들어 찜질방에서 수건으로 양머리 만드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어요. 그런 실생활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어요."
아울러 '코로나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년 동안 우리의 콘텐츠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냐"며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이 궁금해서 올텐데 우리가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화의 끝은 그 나라의 각 가정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집에서 카레를 해먹는 것처럼 비빔밥을 외국인 가정에서 해먹는 거죠. 그동안에는 우리를 알리는데 치중했다면, 이제는 그걸 즐길 수 있도록, 실생활에 녹여낼 수 있는 진정한 세계화를 해보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lovelypsyche@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