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북한의 6번째 미사일 도발 '북의 다급함과 북·중·러 삼각 연합공세'

      2022.01.27 16:53   수정 : 2022.01.29 09: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7일 북한이 올해 들어 여섯 번째 무력 도발을 벌였다. 지난 25일 순항미사일 추정 발사체 도발 이후 이틀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27일) 오전 8시와 8시5분쯤 북한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북동쪽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190㎞, 정점고도는 약 20㎞로 탐지됐다.

이와 같은 비행거리와 고도로 미루어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은 다연장로켓포 플랫폼을 적용해 '알섬'을 표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방사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다연장로켓포를 뜻하는 북한식 표현으로서 일반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으로 분류된다.

관측통은 "북한이 발사한 게 KN-09라면 2016년 이후 처음"이라며 "동계훈련의 일환으로 사격훈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군 열병식에 KN-09가 처음 등장한 게 2015년이었던 만큼 일정 부분 실전 배치도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측통은 "탐지된 제원만으론 사실 KN-09인지 KN-25인지 판정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새로 개발한 또 다른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쐈을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두고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세부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며 "우리 군은 추가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북한이 발사한 비행체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탄도미사일이라면 지난 20일 노동신문 등 보도를 통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지 7일 만이다.

미 국무부는 즉각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인·태사령부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알고 있으며,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번 발사가 미국의 병력이나 영토, 또는 우리의 동맹국들에 즉각적인 위협을 제기하진 않는다"고 평가하고 "한국과 일본 방위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여전히 철통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새해 들어 5일, 11일에 북한 주장 '극초음속미사일' 탄도미사일 각 1발씩의 시험발사와 1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과 17일 '북한판 에이태킴스' KN-24 단거리탄도미사일을 각각 2발씩 쏴 무력 도발을 계속해 왔다.

25일에도 올해 들어 다섯 번째로 북한이 순항미사일 2발을 쏜 것으로 파악됐다.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느리고 파괴력이 약해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이 아니다.

■北, 미와 국제사회 압박 레버리지 통하지 않고 제재 강화 이중고에 다급한 속내...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과 협상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거나 제재완화 논의와 같은 북한이 기대하던 레버리지가 제대로 통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되레 제재 강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는 환경에 몰리자 추가도발을 통해 다급함의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으로 이번 북한의 도발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무관해 보이지 않으며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히려는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힘을 합쳐 미국을 압박하면서 유리한 국면에서 '적절한 시점에 미국과 협상'하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하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북한의 최근 일련의 도발은 단순 무기체계 개발 차원보다는 정치적 메시지 제공에 더 무게가 실려 보인다"며 "사실상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이미 전력화된 상태이기에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로서 기대할 수 있는 군사적 효과는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무기체계 개발 고도화 과시' 차원과 '정치적 메시지를 제공'하는 복수의 목적이 병존하는 데 최근 도발은 후자에 무게가 더 실린다는 해석이다.

반 센터장은 "미국은 대중국 및 대러시아라는 2개 전장 대응에 상황으로 내몰려 북한이 외면당하자 자신들도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상기시키는 측면도 있다"며 "중국의 대만 공세 강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긴장 조성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에 일련의 미사일 발사로 북한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북·중·러 3각 연합으로 미국에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전략적 연합형성의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중국과 러시아와 동조 미국 압박,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고 미와 협상 메시지...제재 탈피 안간힘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계속되는 북한의 무력시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무력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발트 3국과 동유럽에 최대 5만명에 달하는 미군파병을 고려하고 있을 정도로 외교 군사적 관심을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에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실 미국 조야에서도 우크라이나 문제에 너무 많은 역량을 투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미국이 과연 우크라이나와 북한 두 전선에서의 안보위기를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힘을 합쳐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미사일 문제'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냐는 식으로 '미국의 능력과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물론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실험은 중장기적 국방 5개년 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국방계획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히려는 것'이지만 지금의 제재국면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적절한 시점에 미국과의 협상'을 하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일단 협상장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사일 시험발사의 지속은 '북한판 전략적 인내'라고 할 수 있다"며 "북한은 미국에 대해 너희들이 우크라이나 문제 등으로 힘들 텐데 '우리도 문제를 심각한 상황으로 끌고 갈 수 있다'면서 관심을 유도하려는 의도의 메시지로 (핵폐기가 아닌) '핵군축 회담' 형식을 선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21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화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향후 북한 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조와 공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미·일은 공동성명에서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에 의거한 북한의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며 북한의 도발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당분간 미국과 북한의 강대강 대결 구도가 지속할 전망이다. 종전선언으로 유화국면을 유도하려 했던 한국 정부의 노력도 수로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결국 다수전장의 관리를 위해 쿼드와 오커스 등 역내 안보체를 가동하며 연합형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현 시점에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해 온 한국이 이를 방관할 것인지 연합형성에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한편, 올 2022년은 김일성·김정일 생일을 기준으로 '꺾어지는' 5년, 10년 주기인 이른바 '정주년'으로 북한은 늘 정주년에 평년보다 강한 도발을 이어온 경향을 보였다.

지난 20일 군 관계자는 “아직 ‘준비 초기 단계’로 임박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최근 북한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서 장비와 병력의 분주한 이동 상황 등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열병식은 북한에서 명절로 간주하는 다음 달 16일 김정일 생일 80주년 이른바 ‘광명성절’ 또는 오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 이른바 ‘태양절’에 맞춰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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