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사들이는 카카오·셀트리온·크래프톤 ‘주가부양’ 안간힘
2022.02.21 17:49
수정 : 2022.02.21 17:49기사원문
■자사주 매입 통해 분위기 전환 시도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를 개최하고 자사주 추가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앞서 지난 1월에도 약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고 취득을 완료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지지부진하자 이번에 추가로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이에 셀트리온이 올해 매입을 결정한 총 자사주 매입 규모는 105만5883주로 늘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오는 5월까지 보통주 130만3854주(약 900억원)를 장내 매수한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와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도 각각 3000주와 1만주를 매수했다.
이처럼 셀트리온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바이오주 약세와 분식회계 의혹 등에 휘말리면서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20% 넘게 하락하면서 최고가(32만8305원) 대비 반 토막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셀트리온 뿐 아니라 김현수 파미셀 대표도 1월에 자사주 2만9150주를 장내 매수했고,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도 자사주 2만4780주를 매입했다.
골목상권 침해 이슈와 경영진의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 등의 논란이 이어진 카카오도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카카오 주가는 이날 9만3200원에 마감됐다. 52주 최고가(17만3000원)와 비교하면 47% 이상 낮다.
이처럼 주가가 급락하자 최근 카카오는 별도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의 15~30%를 자사주 매입 및 소각(10~25%)과 현금배당(5%)에 사용하겠다고 공시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도 주가가 15만원이 되는 날까지 법정 최저 임금만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주주환원을 통해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도다.
크래프톤도 최근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자사주 매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 크래프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00원(0.18%) 하락한 27만35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8월 코스피 입성 당시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주목받으며 58만원까지 주가가 올랐지만 현재는 공모가(49만8000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달 2억원가량을 들여 자사주 570주를 장내 매수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지지부진하자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지난주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크래프톤의 주가는 저평가 됐다고 생각해 일정 물량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라며 "크래프톤을 믿고 투자해 주신 주주 및 구성원 모두 경영진을 신뢰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친화정책으로 주주달래기
증권가에서는 최근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국내 증시가 하락하자 지분 강화 등을 이유로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힘을 싣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사 대표들 역시 저점에서 주식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책임 경영, 주주가치 제고, 주가 부양 의지, 경영권 방어 등도 표현할 수 있어 긍정적인 면이 많다.
실제 이달 들어서만 김윤철 덕산하이메탈 대표, 유태준 마인즈랩 대표, 박두식 엔피씨 회장, 유준원 상상인 대표, 임동수 젬백스 대표, 이명재 인바이오 대표, 김세완 3S 대표, 백진우 동성케미컬 대표, 이경환 비에이치 대표 등이 대거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이외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사들도 자사주 매입과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주가하락 방어에 나섰다. CJ그룹은 지주사와 계열사들의 배당금을 늘렸고, SK그룹 지주사 SK는 지난해 기준 역대 최대인 주당 8000원의 배당을 결정하는 등 주주 친화정책에 힘을 쏟았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공시를 발표한 기업의 주가는 평균적으로 상승해 왔다"며 "자사주 취득은 기업가치 저평가 신호 효과, 유통 주식 수 하락 등으로 주가 부양 효과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