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었는데 '벌금'… 너무 가벼운 업무상과실치사 처벌

      2022.03.16 18:17   수정 : 2022.03.16 18:17기사원문
업무상과실로 사망사고를 일으켜 처벌받는 경우가 하루에 1건 꼴 이상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고인 대부분이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비교적 약한 처벌을 받아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 등이 나온다.

■피고인 96%가 실형 면해

16일 법원 판결서 인터넷열람서비스에 따르면 형법 제268조에 근거한 업무상과실치사 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1심 판결은 매년 전국 법원에서 400~500건씩 집계된다.

지난해의 경우 430건으로, 이는 하루 1.2건 꼴에 달한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2019~2021년 서울중앙·동부·서부·남부·북부지법의 1심 판결문 91건을 분석한 결과,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은 '건설현장 등 사업장에서 일어난 산업재해 사고(56.5%)'가 가장 많았다.
이어 △운전기사 등이 일으킨 교통사고(19.1%) △의사나 간병인 등에 의한 의료사고(12.2%)가 뒤를 이었다.

형법 제268조에 따르면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있다. 하지만 실제 처벌은 대부분 집행유예나 500만원 안팎의 벌금형에 그쳤다. 피해자가 1명이고 업무상과실치사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만 기소된 피고인 48명 중 금고·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이 32명(66.7%)이었다. 14명(29.2%)이 벌금형을 받았고 평균 벌금액은 479만원 정도다. 실형을 받은 이는 지난 2018년 11월 서울 성동구에서 운전 중 측면 주시를 게을리하다가 차도를 건너던 4세 여아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금고 1년2월이 선고된 승용차 운전기사 1명뿐이었다. 48명 중 나머지 1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업주 등 산업재해를 예방할 책임이 있는 피고인에게는 통상 업무상과실치사뿐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벌 수위가 크게 무거워지지는 않았다. 피해자가 1명이고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만 기소된 피고인 32명 대부분이 징역형의 집행유예(17명, 53.1%)나 평균액 486만원 정도의 벌금형(14명, 43.8%)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8년 8월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주유소 유류 저장탱크 안에서 불이 나 코팅 공사를 하던 노동자 1명이 숨졌는데, 사업주로서 폭발성·발화성·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 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로 기소된 피고인 1명만이 징역 6월을 선고받아 실형을 면하지 못했다.

■"'7년 이하 금고·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해야"

적잖은 인명피해 사건이 업무상과실 때문에 일어난다는 점에서 이에 따라 사람이 숨지는 경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11명은 지난달 28일 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형법 제268조에는 과실치상과 치사가 구별 없이 한 조문에 규정돼있다"며 "형량이 제한돼 사건 피해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에 업무상과실·중과실도 일반 과실 규정례와 같이 치상·치사의 결과를 분리해 규정하고자 한다"며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죄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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