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 우주발사체 성공, 北 자극…군비경쟁 재점화하나
2022.03.30 16:10
수정 : 2022.03.30 16:10기사원문
고체 우주발사체, 최소 IRBM급 평가돼
정찰위성,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활용
北도 정찰위성과 고체 ICBM 개발 중
지난해 9~10월 남북 군비경쟁 재발?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한국군이 30일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시험 발사에 성공한 가운데 북한이 이에 과민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군사 정찰위성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직접 연결된 기술이라 이는 북한의 경쟁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날 연구소 종합시험장에서 서욱 국방장관과 각 군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성능 검증을 위한 첫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번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사거리 3000~5500㎞ 수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으로 평가된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이후 단기간에 사실상 IRBM급 이상의 추력을 낼 수 있는 고체연료엔진 발사체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대형 고체연료엔진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군사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군사 정찰위성은 북한 내 핵심 구역을 감시하는 데 활용된다.
아울러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다.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나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은 북한을 직접 겨냥할 미사일은 아니지만 한국군의 미사일 역량 강화는 북한 입장에서 달가운 일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군사 정찰위성과 고체연료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이 한창 개발 중인 무기체계들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군사 정찰위성을 쏘겠다며 시험 발사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4년4개월 만에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했다.
특히 북한을 자극할 만한 대목은 이번 한국군의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성공으로 말미암아 군사 정찰위성과 고체연료 ICBM 개발 모두에서 한국군이 한발 앞서게 됐다는 점이다.
북한은 제대로 된 성능을 갖춘 정찰위성을 제작할 수 있는 지를 놓고 기술력을 의심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미 다목적 위성을 띄운 이력이 있어 우주발사체 발사에만 성공하면 명실상부한 위성 발사국이 될 수 있다.
또 현재 북한이 보유한 ICBM은 모두 액체연료 기반이다. 북극성 계열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이 있긴 하지만 준중거리(MRBM, 사거리 1000~3000㎞) 내지 중거리(IRBM, 사거리 3000~5500㎞) 정도 성능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이 ICBM급으로 평가될 수 있는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각종 시험 발사 속도를 높이면서 지난해 9월과 10월에 벌어졌던 남북한 간 군비 경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시 남북한은 순항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앞 다퉈 쏘면서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전문가들 역시 남북한 간 무기 개발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국방과학연구소의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발사 소식에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에 더욱 매달리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신승기 위원은 "작년 우리의 SLBM 시험발사에 대해 북한 역시 소형 SLBM 시험발사로 응수하는 도발을 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그동안 개발했던 북극성 계열 SLBM이나 현재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고체연료엔진 ICBM 또는 IRBM 등을 시험 발사하는 도발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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