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비대면 탓 피싱범죄 2년새 66%↑

      2022.04.05 16:22   수정 : 2022.04.05 16: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회사 동료들에게 내 영상이 유포될 거라고 생각하니 아찔했어요."
지난 3월 A씨(34·회사원)는 성소수자 만남 모바일 앱에서 불법 촬영 협박(몸캠피싱) 범죄의 피해자가 됐다. 몸캠피싱은 음란행위를 한 영상 또는 사진을 피해자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금전을 뜯어내는 범죄다.

자신의 성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을 꺼렸던 A씨는 모바일 데이팅 앱을 이용해왔다.

협박범은 A씨에게 외국인이라며 처음 접근한 뒤 A씨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교환했다. A씨가 "받은 영상 재생이 안 된다"고 하자 협박범은 해킹 APK파일을 보냈다.
결국 해당 파일을 설치한 A씨의 휴대폰 정보는 협박범에게 넘어갔고, A씨는 음란행위 영상 유포 협박과 금전 요구를 당했다.

A씨는 "영상 유포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50만원을 요구한 협박범에게 응한 뒤에도 지속된 금전 요구에 총 550만원을 갈취 당했다. 전문 대응 업체를 통해 협박에서 벗어난 A씨는 "아직도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게 부담된다"며 우울증을 호소했다.

■남성 피해자 2배 증가…수법도 교묘해져
5일 경찰청에 따르면 몸캠피싱 발생 건수는 2016년 1193건, 2017년 1234건, 2018년 1406건, 2019년 1824건, 2020년 2583건, 2021년 3026건(잠정)으로 늘었다. 몸캠피싱은 최근 6년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몸캠피싱 건수는 2016년에 대비 2.5배 이상 증가했다.

몸캠피싱 피해 남성 규모는 여성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만큼 커지는 추세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지원한 피해자 총 6952명 가운데 남성이 1843명으로, 26.5%를 차지했다. 전년(926명) 대비 약 2배 증가한 수치다. 여성가족부는 남성 피해자에 대해 "몸캠피싱 피해 신고 건수 급증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 수법도 교묘해졌다. 데이팅 앱이 아닌 게임 내 채팅, 디스코드 등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피해 사례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폐쇄적인 대학생 커뮤니티를 통해 접근한 사례도 나왔다. 피해자 B씨(22·대학생)는 지난해 4월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후배"라며 수업에 관해 묻는 개인 메시지를 받았다. 해당 커뮤니티는 재학증명서 등을 통해 해당 대학교에 재학 중임을 증명해야 가입할 수 있어 B씨는 같은 학교 학생이라고 믿고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를 이어나갔다. B씨는 사진과 영상, '고화질 사진 뷰어'로 가장한 해킹 APK 파일이 담긴 압축 파일을 받았고 자신의 신체를 찍은 영상과 사진도 보냈다.

그러나 상대는 오픈 카카오톡 채널, SNS 등을 이용해 커뮤니티 인증 계정을 구입한 협박범이었고, B씨도 영상 유포 협박으로 총 250만원을 갈취당했다.

■코로나19로 피해 급증…피해자 절반 '청소년'
특히 몸캠피싱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는 몸캠피싱 범죄가 전년 대비 41.6% 늘어난 데 이어 2021년에는 전년 대비 17.1% 늘어났다. 2년 사이 65.9% 증가한 것이다.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장은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휴대전화를 통한 비대면 접촉이 늘어나다 보니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 피해자가 많다.
사보협이 추산한 2021년 피해자 가운데 40%는 청소년이었다.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측은 현재 청소년에게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아진 가운데 피해자 연령이 내려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김 회장은 "초등학생에게까지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되고 있고 채팅 앱이 홍보를 많이 해서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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