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조정에 발등… 서학개미나 동학개미나 "길게 볼 것"
2022.04.10 18:47
수정 : 2022.04.10 18:47기사원문
■서학개미의 '기술주 사랑' 독 됐나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이 올해 1·4분기 사들인 상위 15개 종목 중 스타벅스를 제외한 14개가 기술주다. 테슬라와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인텔 등 대표적인 글로벌 정보기술(IT)주들이 모두 포함됐다.
안석훈 키움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을 볼 때 예전부터 IT 종목들을 좋아했다"며 "특히 최근 2~3년 동안 주가상승의 맛을 보면서 기술주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왔고, 앞으로도 경향성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금리인상기를 고려해 금융주를 추천해도 기술주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았다"면서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증시가 꺾인 적이 없다 보니 올해도 기대심리로 투자를 했지만 (큰 폭의 조정세에) 당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올라도 그동안 증시는 상승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학습효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술주 투자는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개별 종목으로 보면 현재 주가가 현재의 기업가치와 비교해서 어떤 수준인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학개미만큼은 아니지만 동학개미들이 받은 성적표도 나쁜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4분기 동학개미가 순매수한 상위종목들의 수익률은 -15.82%다.
국민주가 된 삼성전자 주가가 11.45%나 급락했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표 기술주들도 각각 9.44%, 6.99% 떨어졌다. 상위 15개 종목의 평균 주가 하락폭은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폭(-7.73%)보다 2배 이상 크다.
이에 대해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매도가 있었기 때문에 개인들의 매수가 있었던 것이지, 순매수한 종목들의 수익률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 흐름이 지난 2년 전으로 복귀하거나 기존의 추세가 연장될 것이라는 단서는 없다. 그동안 보여줬던 관성적인 투자습관은 바꿔야 한다. 공격적인 대응전략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 전망 엇갈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는 향후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안타깝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부터 글로벌 증시까지 증권가에서도 전망은 엇갈린다.
문남중 연구원은 "2·4분기를 포함해서 향후 글로벌 증시가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4월 중 군사충돌을 중단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5~6월에 (한번에 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물가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으리라 본다"면서 "물가가 잡히면 증시가 올라가는 데 문제가 안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서상영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박 때문에 금리인상 이슈가 지속되면 증시 상승요인이 줄어들고 미국의 중간선거, 중동문제 등 글로벌 이슈도 새롭게 등장하기 때문에 향후 흐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