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인류 진화에 결정적 영향"
2022.04.14 01:00
수정 : 2022.04.14 00:59기사원문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은 "기후 슈퍼컴퓨터 모델링과 고고학 데이터를 결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아프리카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 초기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팀버만 단장은 슈퍼컴 시뮬레이션의 미래 기후 예측을 언급하면서 현재의 기후변화가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IBS 연구진은 독일, 스위스 연구진과 함께 이같은 연구결과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14일(한국시간) 발표했다.
■200만년간 지구 기후 완벽 재현
지구는 10만년과 40만년 주기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태양주위를 도는 타원궤도가 변한다. 또한 지구의 자전축이 2만년 주기로 그 기울기가 변한다. 그 결과, 지구상의 모든 장소가 주어진 위도와 계절에 따라 태양열을 받는 양이 변해, 빙하기를 만들며 습하고 건조한 기후상태를 번갈아가면서 일으킨다.
이탈리아 나폴리대학 파스칼레 라이아 교수는 과거 200만년간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3200개 지점의 인류 역사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인류화석과 고고학적 편집본을 만들었다.
또 IBS 윤경숙 박사가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이용해 지난 300만년 동안의 지구 역사를 다루는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이 시뮬레이션은 지금까지 실시된 모델 시뮬레이션 중 가장 사실적이고 긴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이다. 연구진은 "기존 아이스 코어, 해양 및 호수 퇴적물 및 동굴 기록으로 재구성된 고기후 자료와도 매우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기후 모델링, 인류학, 그리고 생태학 전문가로 꾸려진 공동 연구진은 화석 유골과 고고학 유물 자료 그리고 지난 200만년의 지구 기후 시뮬레이션 모델을 결합했다. 이를 통해 고대 인류가 어떤 기후 환경 조건 하에서 존재했으며, 어떤 기후환경을 선호했는지 알아냈다.
■기후환경에 적응한 호모 사피엔스
악셀 팀머만 단장은 "네안데르탈인은 뇌의 크기가 가장 컸지만 특정 서식지에 전문화된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우월한 적응 능력과 사회적 능력을 통해 가장 혹독한 기후 조건에서 살 수 있었고 다른 인류 종들에 비해 월등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난 200만년 동안 변화하는 기후와 식량 자원에 인류가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를 밝혀냈다.
200만~100만년 전 초기 아프리카 인류는 안정적인 기후 조건을 선호해 특정 지역에만 살았다. 하지만, 80만년 전의 '큰 기후 변화' 이후 호미닌 종의 하나인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더 다양한 범위의 식량 자원에 적응했다. 덕분에 하이델베르겐시스 종은 유럽과 동아시아의 먼 지역까지 이동해 살 수 있었다. 유라시아로 광범위한 종의 이동을 통해, 이 유랑 집단은 매우 건조하고 추운지역을 포함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 뇌의 크기가 커지고, 더 정교한 석기와 불을 통제하는 능력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진은 서로 다른 종의 인류가 접촉해 같은 지역에 혼재 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조사했다. 그결과, 5가지 인류 종의 족보를 얻어냈다. 이를 통해 현대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30만년전 아프리카 개체군인 후기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부터 유래했음을 추정했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는 기후가 우리 호모 종의 진화에 근본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현재 인류가 지금의 우리일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과거 기후의 느린 변화에 수천년 이상 적응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