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86% 쪼그라든 韓 가상자산 시장..."특금법·트래블룰 규제 탓"

      2022.04.21 15:28   수정 : 2022.04.21 15: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이 1년전에 비해 7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업계와 시장 전문가들은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 자금이동규칙(트래블룰) 등 규제 일변도 가상자산 정책이 시장 축소로 직결됐다며 육성과 규제의 균형잡힌 정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거래소 일거래액 1년만 86%↓


21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들의 24시간 거래액은 총 39억달러(약 4조8000억원)로 1년 전인 2021년 4월 20일 273억달러(약 33조8000억원)보다 약 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 시세가 하락해 전세계적으로 가상자산 투자가 감소한 것을 감안해도 국내 시장의 감소폭은 더 크다. 1년 전에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두되면서 특히 상반기에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투자붐이 일었다.


실제 1년 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액은 2300억달러(약 284조원)에서 현재 800억달러(약 98조8000억원) 수준으로 65% 줄었다. 글로벌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경우 현재 24시간 거래액이 약 585억달러(약 72조3000억원) 1년 전 1198억달러(약 148조1000억원)보다 51% 줄어든 데 그쳤다.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경우에도 1년 전 46억달러(약 5조7000억원) 보다 56% 감소한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로 우리나라에 비해 감소폭이 작다.

특금법·트래블룰...시장 축소로 이어져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량도 줄었지만, 빅4로 불리는 4대 거래소의 쏠림 현상도 심화됐다. 1년 전의 경우 전채 거래액 중 4대 거래소의 비중은 89.3%였는데 현재는 99.7%로 사실상 국내 가상자산 거래가 4개 거래소에서 전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액이 과도하게 줄어들고, 4대 거래소의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은 최근 1년간 정부 당국이 규제 중심의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지난 해 9월부터 시행된 개정 특금법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시중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 계약을 체결해야만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은행과 계약을 해야만 원화를 입금해 가상자산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실명계좌를 확보한 4대 거래소만 현재 원화마켓을 운영 중이다. 나머지 거래소를 이용하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4대 거래소 혹은 해외 거래소로 옮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들은 폐업하거나 원화마켓을 제외하고 운영 중이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다.

트래블룰도 국내 시장의 축소를 불러온 요인 중 하나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가상자산을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 정보를 모두 확보해 자금세탁이나 불법테러자금 활용이 의심될 때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사항으로 지난 달부터 전세계 국가 중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의무화 됐다.

트래블룰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로 이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트래블룰 시행이 임박하기 전후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 거래액은 3월 1일 47억달러(약 5조8000억원)에서 3월 25일에는 35억달러(약 4조3000억원)로 약 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바이낸스의 거래액이 787억달러(약 97조3000억원)에서 675억달러(약 83조5000억원)로 17% 감소한 것보다 감소폭이 컸다.


가상자산 업계 한 전문가는 "진흥은 배제한 채 규제에만 집중한 정책이 결국 시장 축소로 이어졌고, 한번 축소된 시장은 언제 다시 회복될 지 불분명하다"며 "규제와 함께 진흥 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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