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정·김수인 "20대 동갑 '춘향'·'몽룡', 풋풋함 보여줄게요"
2022.05.02 06:02
수정 : 2022.05.02 06:02기사원문
국립창극단 '춘향'서 새로운 주역 커플
두번째 '춘향' 김우정, 첫 주인공 김수인
"친구라 사랑 연기 걱정…더욱더 몰입"
"'사랑가', 아름다움의 정석…총 집합체"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동갑 친구라 장점이 많죠. 저희만의 풋풋한 매력을 보여드릴게요."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절로 나는 동갑내기 소리꾼이 애절한 사랑의 두 주인공으로 변신한다. 2년 만에 돌아온 국립창극단의 '춘향'에서 새로운 커플로 나서는 신예 김우정(27)과 김수인(27)이다.
광주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알았던 두 친구는 지난해 국립창극단에 나란히 입단했다. 입단 후 첫 주연을 맡게 된 김수인은 "1년4개월 정도 됐는데, 첫 주인공을 '몽룡'으로 데뷔해 뜻깊고 설렌다. 책임감과 사명감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립창극단의 신작 '리어'에서 '글로스터'의 아들이자 악역인 '에드먼드' 역을 맡아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김우정은 지난 2020년 초연에 이어 두 번째 '춘향'이다. 당시 새 얼굴을 찾는 오디션을 거쳐 객원 배우로 발탁됐고, 이번엔 정식 단원으로 무대에 서게 됐다. "감회가 새롭다. 재작년엔 패기 넘치던 춘향이었다면,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노련미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고 미소 지었다. 2년 전 파트너는 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였다.
무대에 대한 각오도 남달랐다.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대표 고전인 만큼 더 밀도 있는 무대를 예고했다. 새롭게 호흡을 맞추는 두 사람은 정해진 연습 시간보다 더 일찍 나오고, 더 늦게까지 남아 연습한다. 김수인은 "실수하면 안되겠다 싶어서 더 연습했다. 재공연이라서 부담감이 없지 않지만 최대한 이겨내서 잘하고 싶다"고 했고, 김우정도 "춘향이로서 무게감이 크다. 하루하루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로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많은 분이 알고 있고 정평 난 작품이기에, 더 새로워 보일 수 있게 노력하고 있죠. 대사 하나, 춤 하나 감정선이 다 달라요. 교감하면서 진실로 춘향이, 몽룡이로 극에 빠져있는 게 가장 중요하죠."(김우정·김수인)
물론 처음엔 걱정도 했다. 오랜 친구 사이인 만큼 과연 사랑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단다. "서로를 쓰다듬고 사랑을 노래해야 하는데, 초반엔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졌어요. 이제는 많이 자연스러워졌죠."(김수인) "편안해서 오히려 더 몰입되고 마음껏 표현해볼 수 있어요."(김우정)
그렇게 차곡차곡 교류한 감정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최근엔 '춘향'의 주요 대목인 '이별가'를 연습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입을 모았다. 이별의 끝자락에 몽룡에게 언제 다시 돌아오냐며 슬퍼하는 춘향과 과거 급제해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는 몽룡의 장면이다. 두 사람은 "듀엣을 하는데, 울컥하면서 (눈물이) 터졌다. 짠했다"고 떠올렸다.
가장 애정하는 장면으로는 '사랑가'를 동시에 꼽으며 절친 케미를 인증했다. 이날 연습에서도 '사랑가'를 부르다가 어느 순간 사랑스러운 감정이 밀려들었다며 서로 통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수인은 "'사랑가' 안에 다 들어있다. 천진난만한 청춘의 불타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여준다. 이별 암시도 있다"며 "소리, 연기, 무용 삼위일체의 집합체 같은 장면이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정도 "'사랑가'는 아름다움의 정석"이라며 "음악도 복선을 깔고 있다. 이별을 암시하는 선율이 있는데, 울컥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더블 캐스팅인 이소연, 김준수 커플과는 또다른 매력을 자신했다. 20대 커플로서 두 사람만의 풋풋함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어느 순간, 그런 게 있잖아요. 연기가 아니라 춘향과 몽룡이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어색함과 풋풋함의 분위기가 자연스레 묻어나오죠. 선배님들도 저희 커플을 보며 풋풋하고 귀엽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김우정)
사실 김수인의 입단엔 중앙대 선배인 김준수의 영향도 한몫했다. 대학 입학 후 창극단 공연을 자주 보게 됐고, 김준수의 무대를 보며 꿈을 키웠다. "오랜 골수팬이다. 닮고 싶고, 존경하는 선배"라며 "저는 성공한 덕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 뒤를 좇아온 김수인도 김준수처럼 대학 4학년 시절 창극단에 들어왔다. "'춘향' 연습할 때 형이 앞에 앉아있어야 안심이 돼요.(웃음)"
호기심 많은 두 소리꾼은 여전히 꿈을 꾼다. 그들의 세계는 활짝 열려 있다. 소리꾼 어머니를 따라 자연스레 놀이처럼 소리를 익혔던 김수인은 5살부터 본격 공부하며 이 길에 뛰어들었다. 그의 어머니는 광주 무형문화재 남도판소리 보유자인 소리꾼 김선이다. 판소리뿐 아니라 무용, 가야금 등도 배웠고 변성기 때 슬럼프를 겪었지만 꾸준히 걸어온 결과,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인 창극을 하고 있다.
"우선 창극단에서 어떤 역할이든 다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아가 전통 판소리 영역을 넓혀가고 싶죠. 전통의 힘을 잃지 않기 위해선 끊임없이 공부해야죠. 머지않아 완창도 계획하고 있어요. 특히 저는 유학을 가고 싶어요. 뮤지컬, 클래식, 무용 등 예술의 경계 없이 해외에서 다양한 영감을 얻고 싶어요."
아홉살 때부터 판소리를 했던 김우정도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끼가 다분했던 그는 국악뿐만 아니라 가수, 뮤지컬 배우 등 다양한 꿈을 꿔왔다. 지난 2018년엔 크로스오버 국악밴드 조선블루스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보자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삶의 목표를 정해서 나아가는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기도, 가수도 하고 싶고 지금껏 해온 건 판소리였기에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창극 배우가 돼보자고 도전했죠. 앞으로의 예술 인생을 생각했을 때 견문을 넓히고 싶었어요. 저는 예술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종합적인 예술가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기까지 끊임없이 노력해야죠."
☞공감언론 뉴시스akang@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